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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獨은 탈중국·다변화, 호주는 실리외교 노선 [중앙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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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發) 공급망 리스크에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적극 대응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각자의 여건에 따라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한국은 안미경세(安美經世ㆍ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 차원에서 대응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중국과 함께 성장한 독일, 이젠 ‘디리스킹’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탈중국’에 나서는 국가는 독일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최근 독일 경기침체의 원인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최대 수입대상국은 중국으로, 지난해 전체 수입의 12.8%를 차지했다. 수출 의존도도 미국·프랑스·네덜란드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데, 최근 대중 수출액이 감소하면서 독일 경제성장도 덩달아 둔화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에 독일 정부는 지난 7월 처음으로 포괄적 대중 전략을 의결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본 원칙을 세웠다. 우선 중국이 경제적으로 파트너이자 경쟁자임을 명시해, 무역·통상·투자 등의 분야에서 유대관계를 이어가지만 첨단 전략산업에선 중국 의존도를 낮춰갈 것을 분명히 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대중 전략을 발표하며 ‘중국과의 경제관계 단절’(디커플링)이 아닌 ‘위험경감’(디리스킹)을 추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원자재 자급자족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원자재 스타트업 ‘도이체 플루스슈파트’는 올 초 1996년 이후 27년간 폐쇄됐던 케퍼슈타이게 광산을 다시 가동시켜 2029년까지 연간 약 10만t의 형석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형석은 리튬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요소로,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

2010년부터 희토류 다원화 나선 일본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등 무역 보복을 감행한 이후 일찌감치 공급망 다변화에 들어갔다. 희토류는 전자제품 필수 소재다. 산업연구원(KIET)의 ‘글로벌 희토류산업 환경변화와 일본의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대중 희토류 의존도는 2008년 90.6%에 달했으나, 2018년 기준 58% 수준까지 낮아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지난해 제정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은 공급망 강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배터리, 중요 광물, 항균제, 천연가스, 비료, 선박 부품, 영구자석, 공작기계·산업용 로봇, 항공기 부품, 클라우드 프로그램 등 11개 분야를 ‘특정주요물자’로 지정해 정부가 재정·금융 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역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고, 일본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리 외교’ 중국과 관계 개선 나선 호주

미국의 우방이자 중국과는 경제·안보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호주는 최근 양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는 노선으로 선회했다.

양국 관계가 악화했던 것은 2018년부터다. 당시 호주는 미국의 대중 제재 기조에 따라 자국 5G 통신망에 중국산 화웨이 제품을 배제했고, 중국은 석탄·와인·면화 등 13개 분야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로 맞대응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권 교체로 앤서니 앨버니지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국간 교류가 재개됐고, 지난 7일(현지시간) 앨버니지 총리가 호주 정상으로서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한국 방향은…”알타시아 등 대안 찾되, 美中 사이에서 실리”

이처럼 각국은 여건에 따라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중국 역시 서방을 한 묶음으로 보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른 전략으로 대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중국은 4년 만에 열리는 EU와의 정상회의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알타시아’(Alternative+Asia) 등 대안적 아시아 공급망을 적극 발굴하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와 경제를 분리하는 실리를 최우선시 해야 한다. 중국 의존도뿐만 아니라 미국 의존도도 낮추는 다각화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알타시아로 대표되는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도 “한쪽만 줄 서지 말고,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핵심자원 공급국으로서 관리하라”고 밝혔다.

중앙포럼 자문단 30인 명단 (가나다순)

▶김용준 성균관대 한중디지털연구소장(성균관대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김주호 KAIST 전산학과 교수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고려대 교수)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교수)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배경훈 LG AI연구원장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교수) ▶송승헌 맥킨지코리아 대표  ▶신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승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장(인하대 교수) ▶조재필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주재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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