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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옆 교도관 실탄 장전했다…군사작전 뺨친 대구교도소 이사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전 9시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대구교도소 앞. 경찰 오토바이를 선두로 재소자들을 태운 버스 6대가 연달아 교도소에서 나왔다. 이어 재소자 짐을 실은 이삿짐 차, 무장한 경찰차 등이 뒤따랐다. 이들은 30분여 간 달려 달성군 하빈면 신축 교도소에 도착했다.

이날은 시설이 노후한 대구교도소가 52년 만에 문을 닫고 신축 교도소로 이전하는 날이다. 경찰과 교정당국에 따르면 재소자 등 2210명을 옮기기 위해 오전·오후 각각 36대의 버스를 동원해 오후 3시반쯤 이전을 마무리했다. 두 교도소 간 직선거리는 12㎞다.

 28일 오전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구교도소에서 재소자를 태운 법무부 호송버스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하빈면 신축 대구교도소로 출발하고 있다. 뉴스1

28일 오전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구교도소에서 재소자를 태운 법무부 호송버스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하빈면 신축 대구교도소로 출발하고 있다. 뉴스1

“탈주 대비” 권총 무장한 교정당국

이날 호송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버스 안에는 교도관이 권총과 가스총 등을 휴대하고 재소자와 동행했다. 경찰은 호송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탈주 등에 대비해 사복을 입고 교도소 이동 경로 곳곳에서 감시했다. 경찰 기동대 3중대, 특공대 2개팀, 형사팀 2개팀, 교통경찰 60명 등 300여 명과 순찰차 12대, 버스 4대 등이 투입됐다. 군 당국도 호송 버스가 이동하는 길목 곳곳에 진을 치고 경계 근무에 나섰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대구교도소에서 지난 27일 오후 2시 다음날 대규모 이사를 대비해 비공식 호송이 한차례 진행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대구교도소에서 지난 27일 오후 2시 다음날 대규모 이사를 대비해 비공식 호송이 한차례 진행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전날에는 비공식 호송 작전도 한차례 펼쳐졌다. 대규모 호송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7일 오후 2시쯤 대구교도소에서 여성 재소자 100여 명을 태운 버스 4대와 이삿짐 차가 빠져나왔다. 마찬가지로 곳곳에 무장한 경찰이 감시했고, 교도관이 동행했다. 대구교도소 측은 “대규모 호송 작전인 만큼 일부 재소자를 먼저 이동시켜 비공식 리허설 단계를 거쳤다”며 “미리 총기와 탄약 등도 보내 각종 사고에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신축 대구교도소는 2020년 10월 완공돼 당초 2021년 6월 옮길 예정이었으나 2년 5개월간 배수관로 보수 공사를 하느라 이전이 늦어졌다. 이날 호송된 재소자 중에는 ‘n번방’ 문형욱(28)이 있다. 대법원은 2021년 11월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하면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문씨에게 징역 34년을 최종 확정했다.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8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김성수(34)도 대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전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그의 부모까지 살해한 최연소 사형수 장재진(33)도 있다. 장씨는 2015년 8월 27일 살해 혐의 등으로 사형 확정을 받았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의 신축 대구교도소 전경.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달성군 하빈면의 신축 대구교도소 전경. 대구=백경서 기자

신축 대구교도소, 사형장은 없어 

총사업비 1851억원이 투입된 신축 대구교도소는 대지 26만9857㎡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건축 연면적 6만1123㎡)로 건설됐다. 내부에는 청사·수용동·비상대기소(79가구) 등 총 28개 동이 들어섰다. 교정시설과 함께 건립된 체육관과 테니스장·운동장은 주민에게도 개방된다.

기존 교도소에 있던 사형장은 없다. 이에 따라 사형장이 있는 수감시설은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전교도소 등 3개로 준다. 현재 사형수(선고 확정 기준)는 59명이다. 군 교도소에 4명이 있고, 서울구치소 18명, 광주교도소 13명, 대구 교도소 10명, 대전교도소 10명, 부산구치소 4명이다.

기존 대구교도소 부지는 사용 종료 절차를 거친 후 국유재산 총괄청에 인계된다. 대구시는 10만5560㎡에 달하는 기존 부지에 문화예술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우상조 기자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우상조 기자

최근 교정시설 재소자 집단호송은 두 차례 있었다. 2020년 12월 서울동부구치소 재소자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400여 명이 재소자 생활치료센터인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호송됐다. 2015년에는 광주교도소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호송 버스 21대로 재소자 1900여 명을 직선거리로 3.5㎞ 거리의 신축 교도소로 옮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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