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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미래 모빌리티 시대,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 계승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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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1호 포니 만든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인터뷰

50여년전 인연으로 현대차 역사 함께 만들어
영감 원천‘포니 컨셉 카’복원 프로젝트 훌륭
자동차로‘나를 표현하는 시대’헤리티지 중요

 지난 14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난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 한국 최초의 자체 개발 승용차 포니를 디자인했다. 사진 속 파란 포니는 그가 디자인한 초기 포니의 복원 모델이다. [사진 현대자동차]

지난 14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난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 한국 최초의 자체 개발 승용차 포니를 디자인했다. 사진 속 파란 포니는 그가 디자인한 초기 포니의 복원 모델이다. [사진 현대자동차]

좋은 브랜드를 결정하는 요소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최근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게 ‘헤리티지’다. 그 브랜드가 어떤 성격을 갖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등 정체성을 결정짓는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브랜드가 걸어온 발자국, 즉 헤리티지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 독자 생산 자동차, 포니’ 국가등록문화재 제정

한국 자동차업계에서 유일하게 헤리티지를 논할 수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다. 1967년 설립해 지금까지 현대차는 한국 자동차 시장을 뚝심 있게, 그리고 독보적으로 지켜왔다. 이들의 헤리티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모델은 바로 ‘포니’다. 1976년 처음 세상에 나온 포니는 ‘한국 최초의 독자 생산 자동차’로 국가등록문화재 522호로 제정됐다.

이달 바로 이 포니를 만든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한국에 왔다. 그는 포니 디자인(74년)을 시작으로 스텔라(83년), 엑셀(85년), 소나타(88년) 등 많은 현대차의 초기 모델을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 디자인업계에서 그의 명성은 대단하다. 폭스바겐 골프, 피아트 판다, BMW M1을 포함해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의 상징적인 모델들을 디자인했다. 1999년엔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에 선정됐고, 2002년 미 디트로이트에 세워진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피아트 창립자 조반니 아그넬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본 조르노(Buon giorno).”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 들어온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소리 높여 인사를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85세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하루 전 울산 북구 첨단투자지구에 있었던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울산공장을 국내 최대 전기차(EV) 전용공장으로 새롭게 만든다.

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선 미래 공장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기공식에선 현대차가 밝힌 비전과 앞으로 전용 공장에 설치할 인프라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제조를 위해 필요한 자동화 같은 기술은 이미 필수적인 요소가 됐지만, 이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작업자를 위한 것이다. 새 울산공장에 적용하는 혁신 기술은 공장 근로자들에게 안전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기념해 열린 헤리티지 전시에서 선보인 ‘포니 쿠페 컨셉 카’ 복원 차량.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기념해 열린 헤리티지 전시에서 선보인 ‘포니 쿠페 컨셉 카’ 복원 차량.

그와 현대차의 인연은 1973년 시작됐다. 자체 개발 자동차를 처음 만들기로 한 현대차는 당시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던 주지아로 디자이너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기대에 부응해 미래지향적인 스포츠카를 디자인했고, 그 차가 바로 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출품한 ‘포니 쿠페 컨셉 카’다. 브랜드 역사를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현대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지금도 자동차 박람회에 가면 가장 먼저 현대차 전시관을 찾는다. 그는 “현대차가 지난 50여년간 놀라운 발전을 이뤄낸 것을 보면 이들의 역사를 함께한 사람으로서 흐뭇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취지로 포니 컨셉 카를 복원하는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산을 기반으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활동. 이것이 헤리티지의 올바른 이해와 진정한 의미다. 특히 브랜드의 출발점에 있는 포니는 현대차의 정신적·경험적 자산이다. 여기서 파생된 전시 등 활동을 통해 이 시대의 사람들도 현대차의 뿌리와 정신을 접하고 공감하길 바란다.”
당신은 현대차 헤리티지,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브랜드가 우위에 서려면 헤리티지를 잘 쌓아가는 게 중요한데, 앞으로 현대차가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는 헤리티지를 ‘각자의 삶에서 걸어온 길’이라고 정의한다. 과거를 돌아보고 잘한 것은 계승하고, 이를 더 연구해 더 나은 결과와 변화 성장을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차의 헤리티지에 대한 접근은 긍정적이다. 단순히 과거에 대한 기록을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타 브랜드와 차별화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다른 해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브랜드라는 걸 고려할 때, 뿌리를 되돌아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도전과 혁신, 영감의 원천을 찾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아름다운 차 만들어내는 비결? 연구·품질에 대한 투자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발맞춰 앞으로 현대차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보틱스 기술,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을 핵심으로 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향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가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개인의 필요와 취향에 의해 ‘나를 보여주는 방식’ ‘내가 살아가는 방법’을 표현하는 표식이 됐다는 의미다. 최근 전기차가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브랜드는 고유의 가치와 헤리티지를 계승하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데, 현대차는 최근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잘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자의 등장으로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에 해오던 방식과 구조를 모두 바꿔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오닉5는 과거의 안전지대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아름답고도 멋진 사례라 생각한다. 미학과 기술 측면에서 훌륭하다. 아름다운 차를 만들어내는 비결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연구·품질에 대해 끊임없이 투자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 하나의 꿈’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

1968년 조립 공장으로 출발한 울산공장은 현대차와 국내 완성차 역사를 시작한 의미 있는 장소다. 약 50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 울산공장은 세계 3위 완성차 판매업체의 최대 수출기지로 완성차 생산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발전의 산실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울산공장 근무자의 시점에서 살아온 일련의 삶과 그 안에 품은 꿈들이 현실화되는 ‘오래된 미래’를 컨셉으로 기공식을 마련했다. 특히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세리머니는 ‘또 하나의 꿈을 향한 문’을 주제로 울산공장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을 열어 미래 EV 시대를 리드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울산 EV 전용공장(사진)은 54만8000㎡(약 16.6만 평) 부지에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2025년 완공 예정으로 2026년 1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또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적용해 근로자 안전과 편의, 효율적인 작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미래형 공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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