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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거칠어도…초격차 'N‧U‧B' 잡으면, 한국 끄떡없다 [중앙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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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생존과 성장 해법은 결국 ‘기술 필살기’다-. 오는 29일 열리는 ‘2023 중앙포럼-미·중 패권 경쟁시대: 한국 경제의 활로는’을 앞두고 국제관계·경제·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 30명이 제시한 한국 미래 산업의 ‘살길’이다.

K-반도체의 활로는 '기술 초격차'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니어 반도체'가 대표주자로 꼽힌다. 중앙포토

K-반도체의 활로는 '기술 초격차'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니어 반도체'가 대표주자로 꼽힌다. 중앙포토

그만큼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도 된다. 미국과 중국이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장 팽팽하게 맞붙은 전장이 첨단기술 분야여서다. 자문단은 현시점에서 두 나라의 첨단기술 갈등 지수를 7.0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군사력(6.0) ▶글로벌 리더십(5.8) ▶경제력(6.3) ▶글로벌 공급망(5.7) 등 다른 지표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지수는 갈등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0점, 갈등이 완전 고착화한 경우 10점으로 매긴다.

현재는 미국 우위 83%…하지만 갈등 지속

현재는 미국이 우위(83.3%)라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두 나라 간 견제와 추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 갈등은 중장기적(7.8점)으로도 가장 첨예한 이슈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최소 30년 전쟁이 될 것”(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칩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도 장비 도입 어려움을 뚫고 화웨이가 지난 8월 말 7나노급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반도체 굴기’ 야심을 키우고 있다.

자문단은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기술 초격차’와 ‘공급망 다변화’로 활로를 찾는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 보다 정교한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요 원천 기술은 미국·일본이 쥐고 있고, 이를 중국이 맹렬하게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3~5년 내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고 ▶국내 업체가 확실한 성과물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인재와 자원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구체적으로는 ‘니어(Near) 메모리’ 반도체와 ‘울트라(Ultra) 하이니켈’ 배터리,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인재(Brain) 확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원천 기술에서 월등히 앞서가는 미국 중심의 기술 네트워크를 떠나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며 “한편으론 중국과 협력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으로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으로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차세대 반도체로 ‘니어 메모리’ 급성장   

K반도체는 미·중 경쟁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국내 업체들의 중국 내 생산시설 확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국은 ‘자원 무기화’로 맞대응하고 있어서다.

중앙포럼 자문단 등 전문가들은 그래서 ‘초격차 기술’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단기간에 개발하기 어려운 최첨단 D램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인 ‘니어(Near) 메모리’에 주목한다. 반도체가 점점 미세화하고 패키징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로직 반도체 바로 옆에 붙어 작동하는 니어 메모리란 개념이 탄생했다. 또 생성 인공지능(AI)용 서버는 물론 스마트폰과 노트북, 확장현실(XR) 기기, 자동차 등으로 수요처가 확산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억 달러에서 2027년 52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HBM 수요는 든든했던 것처럼, 세상이 변하더라도 반드시 성장하는 품목을 예측하고 개발하면 대내외 환경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망 다변화 노력도 필수적이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이미 미국은 갈륨, 호주는 란타늄 개발을 시도 중”이라며 “공급망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니 선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반도체의 대표주자 삼성전자. 뉴스1

K-반도체의 대표주자 삼성전자. 뉴스1

강점 가진 삼원계, 그 중 ‘울트라 하이니켈’

최근 2차전지 시장에서 중국의 기세가 매섭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의 비(非)중국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8.3%(1~9월, SNE리서치)에 달하지만, CATL·BYD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 중이다.

중국의 무기는 ‘가성비’를 내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를 쓰는 삼원계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저렴하고 수명이 길다. 최근 기술 발달로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K배터리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삼원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LFP의 ‘파도’에도 여전히 삼원계 점유율(61.3%, 지난해)이 가장 높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혁신이 저가 시장에서 나올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구체적으로는 ‘울트라(Ultra) 하이니켈’ 배터리가 거론된다.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를 확 끌어올린 제품이다. 성능이 좋은 데다 배터리 탑재량이 줄어 전기차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게 장점이다. LG화학·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업체들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국내 산업 생태계도 탄탄하다. 다만 코발트·망간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안정성을 키우는 게 숙제다.

한편으론 LFP를 상대할 ‘저가·중저가’ 포트폴리오도 구축해야 한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삼원계에 집중하되, LFP 등을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튬·니켈·갈륨 등 주요 원자재의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일도 중요하다. 대체 공급처로 인도네시아 등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AI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인재 육성과 유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중앙포토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AI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인재 육성과 유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중앙포토

AI 생태계 만들 인재 육성·유지해야

‘생성 AI 2막이 열렸다.’ 1년 전 오픈AI의 챗GPT 출시 후 새 AI 도구(파운데이션 모델)로 신기술을 시연하는 경쟁을 벌였다면, 앞으론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킬러 앱’ 경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미·중 패권 경쟁기, 한국의 AI 산업의 활로에 대한 중앙포럼 자문단 진단도 이와 같았다. 미·중에 비해 투자 규모가 적은 현실을 감안하면 생성 AI와 시너지 효과를 낼 산업 도메인(분야)을 선제적으로 찾고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AI 생태계를 만들 ‘인재’(Brain) 육성과 유지가 필수다.

우선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생성 AI를 잘 결합해야 한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제조업 강국인 만큼 생성 AI가 학습하고 응용할 관련 데이터가 넘친다”며 “(생성 AI를 활용해) 생산성·효율성을 크게 높여 제조업에서 도약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려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유지하는 게 필수다. 중앙포럼 자문단은 석·박사급 AI 인재가 국내에 머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김주호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해외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보상도 좋지만, 세상을 바꾸는 도전적 과제들을 많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그런 기회를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재 육성 방식도 다양화해야 한다. 장병탁 원장은 “제조업 등 데이터가 있는 산업분야 기존 직원들에게 생성 AI 교육을 해 이들이 활동하도록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포럼 자문단 30인 명단 (가나다순)

▶김용준 성균관대 한중디지털연구소장(성균관대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김주호 KAIST 전산학과 교수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고려대 교수)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교수)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배경훈 LG AI연구원장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교수) ▶송승헌 맥킨지코리아 대표  ▶신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승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장(인하대 교수) ▶조재필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주재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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