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적 안 나왔는데…"내년이 본 게임" 의대 향한 '재수 오픈런'

중앙일보

입력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 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 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서초메가스터디학원은 전에 없던 새로운 재수생 전용 수업을 다음 달 개설한다. 이 학원의 의약학전문관에 만드는 ‘Pre-재수우선선발반’이다. 대부분 재수선행반은 입시가 일단락된 이후인 1월부터 개강하는데 그보다도 3주 정도 일찍 수업을 시작해 국어·수학의 기초를 다진다는 게 이 강의의 개설 취지다. 학원 관계자는 “수능 성적표가 아직 안 나왔는데도 정원의 절반인 60여 명이 등록했다”고 말했다. 최근 재수 학원가는 ‘선행’보다 앞선 ‘Pre-’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개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메가스터디기숙학원은 지난 26일 기준 135명이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67명)의 두 배다. 학원가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으로 N수생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말 입시를 목표로 한 재수반 수업이 과거보다 이른 12월부터 시작하고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학원의 설명회도 늘어나고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수시가 끝나고 의대 정원이 확정되면 재수생 유입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능 끝난 지 2주부터 돌아가는 N수생 시계 

2024학년도 수능 원서접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4학년도 수능 원서접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지난달 치러진 수능의 N수생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최고치였지만, 2025학년도엔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상위 포식자’로 불리는 의대의 정원이 늘어날 것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전국 40개 의대·의전원의 증원 요청 규모는 최대 2847명이었다. 확정된 수치는 아니지만, 학원가에선 18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3058명)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정원이 늘면 같은 메디컬 계열인 치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뿐만 아니라 자연·공학 계열에서도 수험생 연쇄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사교육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종로학원은 오는 29일 전국 종로학원 대강당에서 대입재수 전망 및 선행반 온·오프라인 설명회를 개최한다. 통상 수능 성적표가 나오고 논술 등 수시모집 결과가 확정된 후인 12월 중순쯤에 열렸는데, 이보다 2주가량 빠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 내년 입시 주요 사항을 설명해달라는 현장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내년 의대 정원 확대를 노린 상위권 대학생들이나 장수생, 검정고시생들까지 올해 수능 성적과 상관없이 합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6일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논술 전형이 종료되고 현역 고 3이 재수 여부를 확정하는 다음 달 중순부터는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정원이 늘면 ‘한 번 더 입시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대를 준비한 최상위권 학생들은 공격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그만큼 희망 대학에 떨어지는 학생도 많아져 재수생이 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내년이 본 게임”이라는 생각으로 소신 지원을 한다는 얘기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상위권이 의대에 쏠리며 몇몇 이공계열에서 갑자기 미달이 나는 등 입학 컷이 확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 고3도 잰걸음…의대관 윈터스쿨은 5분 만에 마감

강남대성 기숙학원 의대관 윈터스쿨. 모집이 마감됐다. 홈페이지 캡처

강남대성 기숙학원 의대관 윈터스쿨. 모집이 마감됐다. 홈페이지 캡처

의대를 향한 예비 고3들의 입시 레이스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재원생을 모집한 강남대성학원 의대관 윈터스쿨은 5분 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성적 제한과 선입금(70만원)이라는 요건에도 대기 신청까지 걸려 있는 상태라고 한다. 메가스터디 등 의대관을 운영하는 다른 학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이과 예비 고3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대입 설명회를 개최한 서울 목동의 한 대형학원에는 300여명의 수험생과 학부모가 몰렸다. 150여 석의 대형강의실이 꽉 차자 옆 강의실을 하나 더 사용하고 설명회는 영상으로 중계했다. 이날 연단에 선 한 강사는 “의대 증원 희망 인원이 약 2800명인데, 이는 신설은 뺀 수치다. 거기다 첨단학과 인원도 1800명 정도 증원됐다”며 “이과 학생들이 갈 대학이 너무 많아졌다. 의대부터 쭉쭉 상위권 대학까지 딸려 올라가면 이과에서는 명문대학 가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과 연계된 재수생 증가 전망에 대해 교육부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말을 아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수능 성적도 나오기 전이고 의대 정원도 확정되지 않았다. 올해 입시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