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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D-1, 돈 뿌리는 사우디…캐비어에 드로그바도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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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한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개 도시 중 하나로 결정된다. 27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리야드를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해 전방위에서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지난 6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야드의 2030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기 위한 연회에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지난 6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야드의 2030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기 위한 연회에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폴리티코는 "엑스포는 여전히 국가를 홍보하는 동시에 돈과 일자리를 얻고,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킬 기회"라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억압적인 석유 수출국'이라는 평판을 쇄신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의 핵심으로 엑스포 개최를 원하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매체는 지난 6일 파리 외곽의 한 비행선 격납고에서 열린 호화로운 연회를 소개했다. 몇몇 사우디 장관들이 이 연회를 열었는데, 아프리카 축구 스타 디디에 드로그바까지 참석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참석자들은 드로그바와 사진을 찍기 위해 달려갔다고 한다. 또 프랑스의 유명한 조명 영상쇼인 송에뤼미에르를 수중에서 보여주고, 값비싼 블루 랍스터와 오세트라 캐비어 등을 대접했다.

사우디는 최근 아프리카·카리브해·아랍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개최해 경제협력 등 광범위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엑스포 지지를 끌어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남미 도서국의 BIE 대표는 폴리티코에 "사우디는 처음부터 자국을 선두 주자로 내세워 커뮤니케이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한 BIE 대표는 "사우디 고위 관리가 '당신의 나라가 우리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면서 "사우디가 한 약속은 매우 광범위하고, 잘 준비돼 있다"고 평했다. 사우디가 BIE 회원국을 상대로 막대한 '오일 머니(oil money·원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를 뿌리며 표심을 끌어모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 전문가인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사우디와 같은 '거래 외교'가 유치 경쟁에서는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밝히면서 "많은 국가가 투표로 돈을 번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가 지난 6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야드 2030 엑스포 공식 홍보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가 지난 6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야드 2030 엑스포 공식 홍보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의 적극적인 공세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모든 국제적인 행사는 화석연료를 팔아 많은 이익을 얻은 아주 작은 지역(사우디)에서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부산보다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운 리야드를 강력한 경쟁자로 꼽으면서도 "사우디는 인권 문제로 평판이 나빠져 국제적 위상이 추락했다"고 꼬집었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반체제 인사의 투옥 등 인권 침해 문제로 관련 국제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아랍의 15개 인권 단체는 지난 21일 BIE에 공개서한을 보내 "사우디는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한 정권"이라며 "그런 정권에 엑스포 무대를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폴리티코는 한국의 유치 활동에 대해선 "싸이와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연예인을 내세우고, 삼성·LG 등 대기업 최고 경영진의 호위를 받으며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엑스포 개최지는 28일 BIE 총회에서 182개국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에서 부산, 리야드, 로마 중 총투표수의 3분의 2를 득표한 도시가 나오면 해당 도시가 개최지로 확정된다. 없을 경우 가장 적은 표를 받은 1곳이 탈락하고, 나머지 2곳을 두고 즉시 2차 투표를 진행한다. 2차 투표에선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곳이 개최지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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