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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낙서처럼 단순한 선으로 그려낸 일상의 모든 이슈

중앙일보

입력

세르주 블로크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나요. 조금 생소한 그 이름보다 그의 그림체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 텐데요. 선으로 쓱 그린 듯한 그림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재치가 넘치죠.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는 세르주 블로크는 타임‧워싱턴 포스트‧월스트리트 저널‧뉴욕 타임스‧더 뉴요커‧르 몽드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신문‧잡지에 삽화를 그리고, 삼성전자‧에르메스‧코카 콜라‧런던 지하철‧프랑스 환경부‧프랑스 우정공사 등 유수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의뢰를 받아 광고 일러스트도 작업 중이죠. 2005년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의 금메달과 프랑스 몽트뢰유 도서전 바오밥상을 받았고, 2007년엔 『세상을 뒤흔든 31인의 바보들』로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세계 3대 그림책 상의 하나인 라가치상의 영예를 안았어요. 최근 순수 미술로도 작품 활동 범위를 넓히며 국경과 장르를 초월해 ‘거침없는 크리에이터’란 명성을 이어가고 있죠.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는 세르주 블로크는 타임·워싱턴 포스트·월스트리트 저널·뉴욕 타임스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신문·잡지에 삽화도 그렸다. ⓒSergeBloch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는 세르주 블로크는 타임·워싱턴 포스트·월스트리트 저널·뉴욕 타임스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신문·잡지에 삽화도 그렸다. ⓒSergeBloch

그의 첫 국내 개인전 세르주 블로크展 ‘KISS’가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를 기념해 방한한 세르주 블로크는 지난 10월 18일 열린 ‘키스’(KISS) 전시 공개 행사에서 “그림은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는 수단이죠. 미국‧남미‧유럽 등 곳곳에서 전시했지만 늘 흥미로운 만남을 기대합니다. 이번 전시도 기쁨과 경이로움이 됐으면 합니다”고 말했죠.

세르주 블로크는 삶의 희로애락을 선 하나로 절묘하게 표현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가장 단순한 선으로 포착하는 예술가’라는 찬사를 받는다. ⓒSergeBloch

세르주 블로크는 삶의 희로애락을 선 하나로 절묘하게 표현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가장 단순한 선으로 포착하는 예술가’라는 찬사를 받는다. ⓒSergeBloch

전시 제목인 키스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사랑의 의미를 담고 사랑하는 연인, 가족을 넘어 인류애까지 아우르는 주제예요. 또한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력과 깊이 있는 철학을 단순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아내는 그의 작업과 맞닿아 있죠. 사랑‧인생‧전쟁 등 누구나 공감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삶의 희로애락을 선 하나로 절묘하게 표현하는 그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가장 단순한 선으로 포착하는 예술가’라는 찬사를 받아요.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그의 다양한 작업과 예술적인 면모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요. 첫 번째 섹션은 ‘파리에서 보내온 편지’로 작가의 독특한 성장 배경과 가족 이야기, 상업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 작업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협업 작품을 통해 아이디어와 유쾌함을 느낄 수 있고, 삶에 대한 통찰력과 유머러스함이 돋보이는 그림책 스토리텔링은 영상과 함께 볼 수 있죠. 두 번째 섹션은 외부 광장을 중심으로 ‘Mr. Chip’(미스터 칩)과 블록 조형물 등 설치 작품을 구성해 관객들이 쉽게 참여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Mr. Chip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으면 살아 움직이는 작품을 만나는 증강 현실을 체험할 수 있죠.

오래된 종이·스티커·인쇄물 등의 재료와 선 사이의 대비를 차용한 다양한 콜라주 작품을 볼 수 있다. ⓒSergeBloch

오래된 종이·스티커·인쇄물 등의 재료와 선 사이의 대비를 차용한 다양한 콜라주 작품을 볼 수 있다. ⓒSergeBloch

마지막 Fine Art 섹션은 세르주 블로크의 숨 쉬는 선을 느낄 수 있는 콜라주와 페인팅 작품, 키스하는 연인을 입체화한 대형 철제 조형물, 작가의 드로잉과 한국의 전통적인 오브제가 절묘하게 결합된 몰입형 공간으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어요. 입구에는 서울 황학동 시장에서 산 각종 주방기구, 지인에게 얻어 온 빗자루, 전통적 물건인 붓, 호미 등을 사용해 그린 다양한 인물, 전시장 내부에는 백자에 먹으로 그린 그림도 전시돼 한국에 대한 작가의 호감도 엿볼 수 있죠. 전시장 곳곳에는 블로크를 연상시키는 블록(block)이 쌓여 있는데, 작은 우표부터 4m 크기의 설치 작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요.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를 비롯해 『적』, 『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 송미경 작가와 공동 작업한『돌 씹어먹는 아이』 등 그의 대표작 원화도 볼 수 있죠. 2005년 출판된 『나는 기다립니다』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기다리는 것들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그림책으로, 우리네 삶에서 겪는 ‘기다림’을 짧은 글과 쓱쓱 그렸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어느 날 비행기에서 이야기의 실(Thread)을 어떻게 연결할지 생각에 잠겨있던 도중,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에서 실을 이용한 표현 방법을 떠올렸다고 해요. 색채와 불필요한 장식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빨간 털실로 표현한 장면과 간결한 라인 드로잉으로 구성했죠.

Fine Art 섹션에서는 세르주 블로크의 페인팅과 드로잉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광고·책 작업과 달리 컴퓨터를 쓰지 않고 종이에 단순하고 전통적인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SergeBloch

Fine Art 섹션에서는 세르주 블로크의 페인팅과 드로잉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광고·책 작업과 달리 컴퓨터를 쓰지 않고 종이에 단순하고 전통적인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SergeBloch

조각 작품 중 키스하는 연인의 조형물은 이번 전시를 가장 잘 나타낸 조형물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가족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예쁜 추억을 남길 수도 있죠. 천장까지 드로잉으로 가득 찬 공간도 있는데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이 방 중앙엔 우리나라 고유의 소반을 3층으로 쌓고 프랑스 향을 입은 달항아리를 올렸죠. 한국 전통 오브제가 결합된 인상적인 공간으로, 자칫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그림들 맞은편으로 시원하게 뚫린 통창이 있어 포토존으로 꼽혀요.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 영역을 넘어 종횡무진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세르주 블로크는 자유롭게 산책하듯이 이번 전시를 봐 달라고 팁을 전했어요.

세르주 블로크展 ‘KISS’

기간 2024년 3월 31일(일)까지
장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48-10 뉴스뮤지엄 연희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입장과 매표 마감은 종료 45분 전까지, 토‧일은 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 월요일 휴관(공휴일 정상 운영)
관람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어린이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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