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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민영의 마켓 나우

트럼프 2.0이 더 걱정스러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세계화 후퇴의 본격 출발점이었다. 2017년 취임 후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를 시작으로 고율의 관세부과, 기업제재 등 미·중 무역분쟁이 확산했다. 교역 교란으로 세계 경기의 활력이 둔화했다. 특히 개방도가 높은 한국의 증시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본격화한 2018년 1월부터 코로나 확산 전인 2020년 3월까지 2년여간 9.3%나 하락했다. 미국(24.8% 상승), 일본(3.1% 상승) 등에 비해 유달리 취약했다.

트럼프는 내년 미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당선하면 모든 수입품에 현재의 3% 수준보다 3배 이상 높은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1월 16일자 기사에서 2024년 세계의 최대 위협으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꼽았는데, 이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판단이다. 2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1기 때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먼저, 시진핑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한 데다 경제력이 커진 중국이 트럼프 정부의 중국 견제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2차전지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미국의 63%이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76%로 커졌고 2025년에는 90%에 육박할 전망이다.

더욱이 국내외 경제 체질은 상당히 허약해졌다. 유럽 재정 위기에서 벗어난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2016~2017년 3%대 초중반이었다. 이에 비해 2023년 세계 경제는 2%대 중반 성장에 그치고 2024년에는 2%대 초반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고물가와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고금리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침체 우려가 깊어지던 차에 트럼프의 매몰찬 힘자랑은 세계 경제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2.0이 준비된 정부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1기 트럼프 정부는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한 인력도 부족했고 매사에 좌충우돌 식이었다. 반면 2기 트럼프 정부는 관료 통제와 권력 장악 기반 위에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충성심으로 무장한 싱크탱크 소속 미국 우선주의자들이 실행을 기다리는 수천 페이지 정책자료집을 준비했다.

한국 경제는 경기 부진과 고금리로 인해, 가계부채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취약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트럼프의 등장 가능성과 정책 불가측성으로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1기보다 훨씬 임팩트가 커진 트럼프 2기의 등장이 2024년 한국경제의 앞길에 중차대한 난제로 자리 잡고 있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