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세컷칼럼

'민주당스럽다' 는 말 또 나오게 한 최강욱

중앙일보

입력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온갖 추문의 중심인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의 최강욱 전 의원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그는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위장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의 북 콘서트에 참석해 김용민 의원 등과 검찰개혁 관련 대화를 하다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사회자가 조지 오웰의)『동물농장』에 비유했는데 유시민 선배가 말씀하신 코끼리, 침팬지 비유가 더 맞다" 며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없다"고 했다. 살짝 아쉬웠는지 한 문장 더 걸쳤다.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 "

또 나온 '암컷' 발언 속 여성혐오
실수 아닌 당의 내재된 습성 의심
여심 호소하다 선거 후엔 늘 돌변

 여성혐오 혐의가 짙은 천박한 언어사용에 대한 비판은 일단 젖혀두고, 참 뜬금없다. 최 전 의원식 표현을 빌자면 수컷들끼리 치고받았던 검찰개혁 논의에 웬 "설치는 암컷" 타령인가. 이 맥락을 이해하려면 9개월 전 발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지난 2월 민주당 의원들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일 때, 유시민 작가의 지난해 tbs 라디오 인터뷰를 인용했다. "코끼리가 한 번 돌 때마다 도자기가 아작 난다. 코끼리가 도자기를 때려 부수려고 들어온 건 아닌데 (그저) 잘못된 만남이다. " 윤 대통령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국정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그런데 최 전 의원은 굳이 이 비유를 끌고 와 김 여사 비하에 활용했다. "(코끼리) 한 마리도 부담스러운데 암놈까지 데리고 들어가는 바람에…도자기가 어떻게 되든 암컷 보호에만 열중한다."

 북 콘서트 때 튀어나온 "설치는 암컷" 발언은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 돌출 발언이나 실언이 아니라 그의 일관된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계획된 신념 표명이었던 셈이다. 다만 그가 계산하지 못한 건 특정인을 조롱하려다 그의 한심한 여성관까지 통째로 노출해버려 국민 욕받이가 된 상황 정도일 것이다.

 당시 객석에는 민주당 강민정, 부동산 논란으로 제명당한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여성 의원들도 있었으나 문제 제기는 일절 없었다. 다른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똑같았다. 과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며 2차 가해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판 대신 침묵을 택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마지못해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명의로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을 뿐이다.

 이런 민주당 분위기와 달리 SNS는 들끓었다. 적잖은 여성들이 '수컷이 설치면 안 되는 이유를 직접 보여주는 중'이라거나 '수컷 같지도 않은 것들이 설친다'며 최 전 의원 발언을 비튼 비판을 쏟아냈다. 최 전 의원은 당 지도부 경고와 비판 여론에 아랑곳없이 SNS에 영어로 'It's Democracy, stupid! (이게 민주주의야, 멍청아)라고 썼다.

 대체 누가 멍청한 것인지, 이런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간에 대해 알지 못하겠다면 해답을 동물에게서 찾으라"는 조언(생물학 권위자 히다카 도시타카 교토대 명예교수)에 따라 진짜 수컷에 대해 찾아봤다. 일본의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후지타 고이치로 도쿄대 의치과대학 명예교수의『유감스러운 생물, 수컷』에 보면 수컷은 생존에 불리해도 번식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도 진화하는 다윈 진화론의 '성 도태(성 선택)' 사례가 많이 등장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암컷을 필사적으로 꼬시는 수컷의 눈물겨운 구애 말이다. 가령 극락조 수컷은 화려한 색의 장식 날개를 등에 업고, 코믹한 구애춤까지 춘다. 극락조와 같은 화려한 치장도, 그렇다고 진심으로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도 않는 최 전 의원은 동물의 세계로 보자면 선택은커녕 도태되기 쉬운 수컷일 뿐, '번식' 혹은 지지층 확대라는 관점에서 봐도 결코 수컷다운 수컷이 아니다.

 사실 수컷이니 뭐니 따질 필요도 없이, 민주당 전체가 여성 비하 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 때 표창원 의원은 국회에서 현직인 박근혜 대통령의 누드 그림 전시를 강행했고, 박원순 전 시장 외에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성 추문이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엔 점잖게 "관용 없는 엄정한 대처"를 말하며 최 전 의원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본인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형수 욕설' 녹음이 공개돼 평소 여성을 대하는 저열한 태도를 드러내지 않았나. 이런 당이 지난 대선 때 n번방 추적으로 젊은 여성들 지지를 받던 박지현을 내세워 여성 표를 구걸했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유감스러운 생물, 수컷』에 진짜 수컷답지 않은 치사한 수컷 얘기도 나온다. 수컷 각다귀붙이는 교미가 끝나면 방금 전 암컷에게 준 먹이 선물을 힘으로 빼앗은 뒤 또 다른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선물로 재활용한다. 선거 때마다 목격하는, 딱 민주당 행태 아닌가.

글 = 안혜리 논설위원 그림 = 임근홍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