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관련주’란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자동완성 기능으로 채워지는 안 의원의 연관 검색어는 ‘안철수 마라톤’, ‘안철수 이준석’ 순서다.
반대로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름을 검색창에 넣으면 ‘한동훈 관련주’ ‘한동훈 와이프’ 순으로 연관어가 뜬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입력하면 연관어로 ‘신당’ 다음에 ‘관련주’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관 검색어는 ‘재판’, ‘관련주’, ‘위증교사’ 순이다. 소위 ‘핫한’ 정치인에게 늘 따라붙는 테마주(株) 이슈가 안 의원에게만 없다는 뜻이다.
재미로 웃고 넘길 수 있는 얘기지만, 정치권에선 ‘연관 검색어’ 자체가 안 의원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여권에서 인요한 혁신위원회 활동과 한동훈 장관의 대구·대전 방문 행보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사이, 안 의원의 움직임만 유독 달랐다는 해석이다.
안 의원은 지난달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유세 당시 자신의 “XX하고 자빠졌네요”라는 발언을 물고 늘어진 이준석 전 대표를 공격하는 데 열을 올렸다. 지난달 14일부터 이 전 대표 제명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받았고, 이틀 뒤에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이 전 대표를 제소하며 국회에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4일엔 페이스북에 ‘안철수의 혁신, 이준석 제명’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서명 홈페이지를 공개했다.
그러자 선거 참패 뒤 여권 일각에서 나오던 “안철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나 “안철수 혁신위원회 출범” 주장이 쏙 들어갔다. 오래전부터 ‘앙숙’인 두 사람이 맞붙은 탓에 여론의 관심도 많지 않았다. 외려 이 전 대표는 점점 윤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이준석 신당설’로 체급을 키웠다. 그러자 당내에선 “안철수가 어쩌다 ‘노관심’ 정치인이 됐나”라는 탄식이 나왔다. 과거 함께 국민의당을 이끌었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지난달 25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굉장히 헝그리, 급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버를 하는 것 같다. 안철수다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스텝이 꼬인 안 의원은 최근에는 지역구(경기 성남 분당갑) 활동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 보궐선거 당선 뒤 1호 법안으로 냈던 ‘노후 신도시 재생특별법 제정안’ 통과를 위해 지난 14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면담했고, 페이스북에도 지역 활동 관련 글을 자주 올리고 있다. 25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는 지역구를 차례로 돌며 의정 보고회도 연다.
여권 일각에선 여전히 ‘안철수 부산 출마론’도 제기된다. 양지인 분당을 떠나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겨 승리하면 “당과 안 의원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여권 관계자는 “안 의원이 부산에 출마하면 어느 지역구에서든 다 이길 수 있다”며 “그러면 PK(부산·경남)의 맹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안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분당갑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