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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이 경쟁력" 정용진·신동빈, 본업 점포 키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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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08면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대형마트

19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마트는 식료품을 강화한 미래형 매장으로 점포를 리뉴얼하는 한편 신규 출점도 재개할 계획이다. [뉴시스]

19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마트는 식료품을 강화한 미래형 매장으로 점포를 리뉴얼하는 한편 신규 출점도 재개할 계획이다. [뉴시스]

온라인 영토 확장에 치중했던 대형마트가 본업으로 돌아왔다. 유통업계는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급성장한 쿠팡 등에 대항하기 위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확대에 공을 들였다. 온라인에 고객을 뺏긴 오프라인 점포는 자연스레 등한시됐다. 2019년 424개까지 늘었던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전국 점포 수도 396개로 줄었다. 그런데 올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본업’을 강조하며 오프라인 점포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먼저 ‘다시 오프라인’ 깃발을 든 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본업을 강조하면서 6개월에 걸쳐 이마트 인천 연수점을 리뉴얼했다. 매장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여전히 오프라인 수요가 많은 그로서리(식료품) 영역과 체험 공간을 갖췄다. 정 부회장은 5월 연수점을 방문해 “오프라인 점포 혁신을 위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이마트는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도 재개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2021년 이후 신규 점포를 낸 적이 없다. 올해에만 성수점·광명점·이수점 등 3곳을 폐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백화점과 마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기 위한 리뉴얼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지난해 11월부터 상품 소싱 업무를 통합해 그로서리 상품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 8일 통합 1주년을 맞아 비전 선포식을 갖고, 새로운 통합 비전으로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을 내세웠다. 점포를 4가지 유형으로 재편해 오프라인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롯데는 기존 마트와 슈퍼를 식료품 중심 매장으로 전환해 근거리 상권을 공략하는 한편 다양한 먹거리와 콘텐트를 집대성한 대형매장 ‘제타플렉스’를 선보였다. 이어 연말께 서울 은평점에 식료품을 강화한 그랑그로서리 1호점을 선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020년 12개 점포를 정리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큰 변동 없이 리뉴얼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신선식품에 집중해 오프라인 점포의 강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본업에 충실한 결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014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쇼핑 할인점(롯데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할인점+트레이더스+전문점)의 영업이익은 1102억원으로 전년 보다 약 5%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었다.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가 있는 3분기는 유통업계에선 성수기로 불린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3분기 실적은 괄목할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마트 측은 “고객이 머물고 싶은 마트를 목표로 현재 약 40여 개 매장이 리뉴얼을 마쳤다”며 “그 결과 3분기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방문 고객수가 각각 5.8%, 6.2% 증가했는데 이는 오프라인 점포가 추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에 주력하던 유통업계가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린 배경은 무엇일까. 온라인 시장에선 이미 쿠팡에게 주도권을 뺏겨 더 이상의 경쟁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팡은 유통업계 전체가 소비 침체로 고전한 올 3분기 매출이 8조1028억원을 기록하면서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쿠팡은 올해 1~3분기별 매출에서도 이미 이마트를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쿠팡은 올해 첫 연간 흑자 달성과 동시에 신세계, 롯데를 넘어 국내 유통업계 1위 등극이 유력하다. 더 늦기 전에 오프라인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식품군에선 쿠팡이 이미 대형마트를 넘어선지 오래”라며 “신선식품마저 로켓배송에 뺏기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대형마트가 일제히 오프라인 점포를 강화하고 나선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온라인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대형마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이중 구조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오프라인’을 강조하고 나선 정 부회장과 신 회장의 롤모델은 5개 분기째 호실적을 보이는 미국의 월마트다. 월마트는 2021년 이커머스 아마존에 매출을 추월당하는 등 한때 고전하기도 했지만 식료품 강화와 최저가 원칙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면서 2018년 이후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대별 쇼핑 형태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오프라인 쇼핑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쿠팡의 성장세를 오프라인이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Z세대를 겨냥해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점포를 리뉴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도권보다는 지방이나 동네상권을 중심으로 점포를 확대해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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