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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 반대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3년째 제자리…원전 멈춰 설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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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10면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 시설 포화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고준위 폐기물 영구저장시설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법은 국회에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거대 야당 반대로 법안은 3년째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2일 올해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을 심사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와 ‘방폐장 확보 시점 명시’ 등을 두고 여야는 또다시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1년간 10여 차례의 회의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쟁점이다.

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마련의 근거를 담고 있다. 부지 선정과 함께 이를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조직 설립, 유치 지역 지원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산자위는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양당 지도부 차원의 정무적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여야 원내지도부로 이관했다.

고준위 특별법이 여야 지도부의 정치적 타협 대상이 됨에 따라 법안 통과는 더욱 안갯속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오르는 절차를 감안했을 때 이달 내 소위를 통과하지 않으면 향후 총선 정국 등과 맞물려 법안이 자동 폐기될 수 있다. 문제는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2030년부터 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3분기 기준 저장률이 78.7%에 달하는 한빛원전이 2030년, 한울원전은 2031년이다.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최소 7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멀쩡한 원전도 사용후핵연료 저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멈춰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원전을 품고 있는 부산 기장군 등 5곳 지방자치단체는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저장시설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원전업계와 지자체에서는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정쟁을 배제하고 조속한 법안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무산될 경우 전체 원전이 멈출 우려가 있고 원전 수출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원전을 운영 중인 상위 10개국 중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위한 부지 선정도 못한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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