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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러시아, 북한에 위성 설계도·데이터 제공 정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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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강정현 기자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강정현 기자

국가정보원이 “지난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체 성공에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23일 밝혔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심사 회의에 출석해 “국정원은 정찰위성 3차 발사가 성공적이었고 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사체 자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회담 이후 북한이 설계도 및 1·2차 발사체와 관련한 데이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러시아가 그 분석 결과를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은 이 같은 정황 이외에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당초 예고한 22일 0시보다 1시간여 앞당겨 21일 오후 10시43분 기습 발사한 배경으로 국정원은 “위성 발사의 최적 기상 조건에 맞추려고 조기 발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1·2차 발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란 것이다.

이날 성남 서울공항 인근에서 한국 공군 정찰기가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성남 서울공항 인근에서 한국 공군 정찰기가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정원은 이날 “3차 발사한 위성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탑재된 카메라의 해상도가 1m 미만인 ‘서브미터’급이 돼야 군사위성으로서 실효성을 인정받는다. 국정원은 “1차 발사 실패 시 수거한 잔해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탑재된 위성은 소위 정찰위성으로 가치 있는 ‘서브미터’급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새로운 인공위성 발전 속도가 평균 3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면 ‘괌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한 위성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한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발사 다음 날 “김 위원장이 22일 오전 9시21분 수신한 태평양 괌 상공에서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 주요 군사기지를 촬영한 항공우주 사진을 봤다”고 밝혔으나, 사진을 공개하진 않았다.

국정원은 북한의 추가 위성 발사 가능성에 대해 “올해 내 추가 발사는 어렵지만 내년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7차 핵실험에 대해서도 “올해는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지만 내년엔 김정은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김규현 원장은 이날 국정원 인사 파동 관련 언론 보도가 반복되는 상황에 대해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유감”이라고 밝혔다. 권춘택 국정원 1차장 감찰 여부에 관한 질의엔 “내부 감찰 사안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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