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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회장님 전화 한 통에…부산 경찰 뒤집은 '불법면회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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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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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경찰서에서 피의자를 외부인과 몰래 만나게 해준 사건에 연루된 경찰 고위 간부 2명이 수사를 받는 가운데 불법 면회 청탁자가 지역 유력 건설사 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모 건설사 회장 A씨는 지난 8월 지인인 사업가가 부부싸움 중 아내를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구속되자 경남경찰청 B 경무관에게 이 사업가를 만나게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후 B 경무관이 승진 동기이자 경찰대 선배인 경무관 C 서장과 형사과장에게 차례로 연락한 뒤 경찰서 형사과장실에서 불법 면회가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B 경무관은 이번 사건으로 경찰청 감찰이 시작되자 집안 어른 부탁 때문이었다고 동료 경찰들에게 털어놨지만 11살 차이 나는 A 회장과 B 경무관은 친족은 아니었으며 평소 친분만 있는 사이였다.

경찰은 불법 면회 당일 경찰서를 출입하는 A 회장의 모습을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으로 확인한 상태다.

결국 A 회장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 청탁으로 경찰 고위 간부인 경무관 2명과 형사과장(경정)이 직위에서 물러난 후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A 회장은 참고인 조사만 받았을 뿐 수사선상에서는 빠져 있다.

민간인 신분인 A 회장이 친분 있는 B 경무관에게 개인적인 청탁을 했을 뿐 그것만으로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등 범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불법 면회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A 회장은 “구속된 지인이 고령이라 보청기가 없으면 대화가 안 돼 B 경무관에게 부탁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 몰라 미안하다”고 해명했다.

경무관 인사를 주관하는 경찰청은 이번 불법 면회를 경찰 간부와 지역 유력 인사 간 토착 비리로 판단하고 지난달 고위 간부 인사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여파로 부산 출신 부산경찰청 경무관 2명은 타지 경찰청 등으로, 다른 경찰청에서 근무하던 또 다른 부산 출신 경무관 1명은 중부지방의 한 경찰청으로 발령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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