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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생 인건비로 PC방 간 교수…"연구비 돌려줘" 소송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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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 전경.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전경.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대학원생 인건비를 편취해 자신의 택시비 등으로 썼다가 연구비 일부를 환수당한 대학 교수가, 이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송각엽)는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A교수와 유니스트 산학협력단이 교육부를 상대로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 제외 및 사업비 환수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사건을 지난 2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교수를 비롯한 유니스트 에너지공학과 교수들은 지난 2013년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두뇌한국(BK21)플러스 연구사업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런데 7년짜리 연구사업 마지막 해인 2020년, ‘A교수가 학생 연구장학금을 편취했다’는 제보가 연구재단에 들어왔다. 연구재단은 현장점검 결과 A교수가 학생들이 받은 인건비 일부를 도로 내라고 해 이를 자신의 택시비, PC방 이용료, 개인 집기류 구입비, 회식비 등으로 썼다고 결론내렸다.

“편취 아냐, 연구비 돌려줘” 소송 냈지만…法 “편취 맞다”  

이듬해 교육부는 A교수가 앞으로 5년간 학술지원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연구사업비로 준 돈 중 188만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A교수는 이 돈을 돌려받겠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A교수는 “학생 인건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고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다”며 “환수 사유인 ‘사업비를 횡령·편취·유용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행정소송이 진행중인 사이, A교수는 사기죄로 기소됐고 형사사건 결과가 먼저 나왔다. A교수는 학생 인건비 79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판결이 확정됐다. 행정법원은 이를 참고했다. 재판부는 “학술진흥법상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 중 하나인 ‘사업비를 편취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지도교수가 학생들 장학금을…비난가능성 커” 

A씨는 또 “사전통지서와 처분서에 처분의 구체적 이유가 나와있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했는데,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 내용, 법적 근거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불복하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전통지서에는 ‘연구비 특정 감사 결과, 대학원생 연구장학금 공동관리 사실이 확인됨’ 등이 적혀있었고, 현장점검에서 A교수가 사업비 지출 용도에 대해 해명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뉴스1

서울행정법원 전경. 뉴스1

재판부는 “A교수는 연구자이자 학생연구원들의 지도교수로서 연구장학금이 온전히 지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인건비를 편취했고, 지침을 위반해 공동관리해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 처분으로 산학협력단이 입는 불이익은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선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교수는 현재 유니스트에서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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