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가 시선을 끄는 것과 동시에 여권에서 ‘한동훈·이준석 연대설’도 제기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과 이 전 대표가 손을 잡아야 경합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에 수도권 출마예정자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며 “한 장관은 20대 여성과 전통 보수층의 지지가 강하고, 이 전 대표는 2030 남성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힘을 합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이준석 연대’는 필승카드”라고도 했다.
두 사람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하면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같은 중임을 맡으면 총선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한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년 넘게 싸우며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했고, 이 전 대표도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어려운 상대와 싸우겠다는 분은 누구든지 다 불러와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①“세대교체 붐 일으킬 것”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13%, 이 전 대표는 3%를 얻었다. 다만 두 사람의 적극 지지층은 달랐다. 한 장관은 60대(24%), 보수층(26%)에게서 높은 지지를, 이 전 대표는 18~29세(6%), 중도층(5%)에게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둘의 연대가 확장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장관이 50세, 이 전 대표가 38세로 정치권 세대교체를 이끌 수 있다는 점도 연대론의 근거다. 현재 야권의 차기주자로 꼽히는 이재명(59) 대표, 이낙연(71) 전 대표, 김동연(66) 경기지사보다 훨씬 젊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한 장관과 이 전 대표가 함께 선거 전면에 서면 ‘우리에겐 젊은 미래권력이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를 '쌍포'로 공격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한 장관은 최근 이 대표를 향해 “세금으로 일제 샴푸를 사고 법인카드로 쇠고기·초밥을 드신 분”이라고 몰아세웠고, 이 전 대표도 여러차례 이 대표를 향해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했다.
②“역효과 나올 수도”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단 두 사람이 연대해도 각자의 지지층이 모두 국민의힘을 지지할 거란 보장이 없다. 그만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고 오히려 서로 이질감을 느낀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장관과 그간 윤 대통령을 비판해온 이 전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충돌한 것처럼 한 장관과 이 전 대표가 총선에서 부닥치면 당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잠재적 경쟁자인 점도 불화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이날 JTBC유튜브에서 “한 장관은 미래의 동지보다는 경쟁자에 가깝다”며 “그는 ‘윤석열 키즈’고, 나는 ‘박근혜 키즈’지만 이를 넘어섰다. 한 장관도 ‘윤석열 키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여권 주류에서는 이 전 대표의 영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신지호 전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표를 끌어오면 20대 여성표를 잃더라도 20대 전체에서 더 많은 표를 얻는다’는 게 ‘이준석 브랜드’의 기대치였다”며 “하지만 결과는 20대에서 윤 대통령이 10%이상 표를 덜 얻었다. 이 전 대표는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③현실성은?
여권에서는 ‘한동훈·이준석 연대’의 현실성에 대한 설왕설래도 오간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직접 이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긴 어렵겠지만, 한 장관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당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한 장관 입장에서는 ‘이준석 포용’만한 좋은 그림이 없다. 이 전 대표도 아직 당에 미련이 있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당 주류에서는 ‘이 전 대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많아 그가 선대위에 합류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클 것”이라며 “이 전 대표도 정치적 공간을 주지 않는 이상 당에 남아있긴 어렵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