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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정찰위성 궤도진입…‘눈과 주먹’ 동시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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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은 지난 21일 밤 발사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가 다음 달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한다고 22일 밝혔다.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이하 9·19 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정지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유·무인기 정찰을 재개하고, 추가 도발 시 접경지역 해상 사격훈련 등을 다시 할 방침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위성 발사를 참관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궤도에 진입한 ‘만리경-1호’의 작동 상태 등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김 위원장에게 “‘만리경-1호’가 앞으로 7∼10일간의 ‘세밀조종공정’을 마친 뒤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날 오전 9시21분 수신된 태평양 지역 괌 상공에서 앤더슨 미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의 주요 군사기지 구역을 촬영한 항공우주사진들을 봤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김 위원장은 “공화국 무력이 이제는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면서 “우리의 위력한 군사적 타격 수단들의 효용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나 자체 방위를 위해서도 더 많은 정찰위성을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주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눈’은 군사정찰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국가가 자체의 힘과 기술력으로 항공우주정찰 능력을 키우고 끝끝내 보유한 것은 공화국 무력의 발전에 있어서나 새로운 지역 군사정세 국면에 대비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사변”이라고 했다. 러시아로부터 불법적으로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11월 21일 발사한 소위 ‘군사정찰위성’은 비행 항적 정보와 여러 가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위성체의 정상 작동 여부 판단에는 유관 기관 및 한·미 공조하에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9·19 전방 비행금지 무력화…다음은 해상 포사격 훈련 재개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강행한 다음 날인 22일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산타페함(SSN-763)이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했다. 이 잠수함은 지난 21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같은 제1항모강습단 소속이다. 이날 해군은 “산타페함 입항을 계기로 한·미 해군 간 교류협력을 증진하고,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강행한 다음 날인 22일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산타페함(SSN-763)이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했다. 이 잠수함은 지난 21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같은 제1항모강습단 소속이다. 이날 해군은 “산타페함 입항을 계기로 한·미 해군 간 교류협력을 증진하고,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날 KBS1 라디오에 출연해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1차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 2, 3단 분리가 정상적으로 됐고 속도·고도 등 비행환경 정보로 볼 때 일단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며 “미 측과 정보를 교환해 최종 평가해야겠지만 저희는 성공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12월 1일부터 ‘만리경-1호’가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한다는 북한 보도에 대해서는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신 장관은 “정상 궤도에 진입하더라도 정상적인 정찰 임무를 수행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며 “특히 괌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위성 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발사) 첫날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군사정찰위성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는 이르면 이번 주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북 위성발사 16시간 만에 9·19 효력 정지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해 남북 간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오전 8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이를 의결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골자로 한 9·19 합의 1조 3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효력이 정지됐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지 16시간여 만이다. 군은 이날 오전 3시 신 장관 주재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실시해 군의 대비태세와 효력정지에 따른 군사적 이행계획을 점검했다.

정부는 북한이 판문점 채널과 동·서해 군 통신선 등 3개의 연락 채널을 통한 통화에 응답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법률상 효력 정지를 위한 필수 절차인 북측에 대한 통보는 언론 발표로 갈음했다. 효력정지 기간은 ‘안보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로 정했다. 정부가 비행금지조항 효력 정지로 ‘정찰 족쇄’를 푼 뒤 군은 군단급 무인정찰기(UAV) 송골매와 유인 정찰기 금강·백두를 띄워 정찰에 나섰다고 전해졌다.

9·19 합의 1조 3항은 서부지역에서는 MDL 이남 10㎞까지, 동부지역에선 MDL 이남 15㎞까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이 때문에 MDL 일대에서 북한군의 활동을 감시하던 군단급 무인정찰기 비행이 제약을 받았다. 군 안팎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진 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 이유다. 전선에서 북한군에 대한 감시 및 실시간 표적 정보력이 떨어지고, 유사시 북한군의 기습을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군단급·사단급 유·무인기가 대북 정찰에 투입되며, 병력 배치나 부대 이동 등 전방에서 북한군의 작전 상황은 물론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히는 갱도나 산의 후사면에 숨은 장사정포 등에 대한 실시간 감시·정찰이 가능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한이 각종 도발로 9·19 합의를 위반하자 효력정지 방안을 검토해 왔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9·19 합의 효력정지 필요성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전쟁 초기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은 속절없이 당했다. 정찰 능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벌어질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방러 뒤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이 커진 것도 윤 대통령 결단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한다.

정부는 북한이 또 도발할 경우 추가로 9·19 합의 일부를 효력정지할 방침이다. 향후 북한의 도발 행태에 따라 해상 사격훈련 등을 금지한 9·19 합의 조항이 추가 효력정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 북 하마스식 침투 계속 우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내부적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NSC 상임위원회도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아직 유효한 ‘9·19 합의’ 여타 조항에 대한 추가 조치는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올해에만 수십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9·19 합의 대부분이 독소조항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효력정지 대상 조항은 지상·해상에서 포 사격을 중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1조 2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군은 작전 책임 지역에서 실전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9·19 합의 이후 군은 서해해상완충구역에서의 ‘포사격 중지’ 조항을 준수하기 위해 주요 화기들을 서북 도서에서 내륙 지역 사격장까지 최대 500여㎞ 이동시켜 사격훈련을 해 왔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 자원의 타 지역 이동은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체 인원이 참가하는 훈련이 불가능해 안보상 구멍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체의 1단 추진체를 한·미 군사 당국이 인양하지 못하도록 단 분리 과정에서 일부러 폭파시킨 정황이 확인됐다. 변용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우주안보 심포지엄에서 “이번 위성 발사는 1단 추진체를 공중에서 폭파하는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연세대 탐사천문학 연구실에서 포착한 북한 위성의 모습을 공개했다. 연구실은 전국 136개 카메라로 한반도 상공을 관찰·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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