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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여성표 이탈 놀랐나…최강욱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 최고위원, 이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강정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 최고위원, 이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강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일 당 최고위원회를 열고 “암컷이 설친다”고 발언한 최강욱 전 의원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의 비상 징계를 결정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당내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엄중한 대처를 하고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 당규 7호 32조에 따르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우려될 때에는 당 윤리심판원을 거치지 않고 최고위 의결로 징계 처분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후 첫 비상 징계 결정이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소설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그것을 능가하는 데서…”라고 말해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이 일었다.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 대표는 최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섬뜩하다”며 격분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의원은 물론이고 당직자들도 기강이 해이해져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김용민·민형배 의원에게는 사과를 설득하기로 했다.

최강욱

최강욱

최 전 의원 발언과 관련, 전날 밤 민주당 의원 전체가 들어가 있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선 친명계와 비명계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당이 어찌 이리 망가졌나, 개탄스럽다”고 하자, 최 전 의원 발언에 웃으며 동조했던 민형배 의원은 “당이 망가졌다니 조선일보가 민주당 기준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친문’ 전재수 의원이 “쎄빠지게 골목길 돌아 놓으면 한 방에 다 말아먹고, 제발 말조심하자”고 하자, 친명계 박찬대 의원은 “아무것도 안 하면 실수도 없다”며 민 의원을 엄호했다.

이런 상반된 의견 속에서도 민주당 지도부가 신속하게 징계를 결정한 건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여성 표 이탈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 때 민주당이 징계를 미루다가 비판이 확산한 점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김남국 사건 때도 초기 단계에서 우리가 대응을 강하게 했으면 일찍 불을 끌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이재정)는 징계가 결정되고 2시간쯤 뒤에 “최 전 의원의 비판이 누구를 향하건 간에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가 내포된 발언”이라며 “최 전 의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민주당이) 성평등 정당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민주당 여성 의원이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입장 표명을 미적거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민정·양정숙 의원은 청중으로 최 전 의원 발언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당시와 이후에도 ‘암컷’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최 전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검찰 개혁 관련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연락을 두절한 채 불참했다. 토론회를 연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토론회에 본인이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되는 것에 우려해 참석 여부를 심사숙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개딸’로 통칭되는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수박은 아무 일 없더니 우군은 광속도?” “민주당은 헛발질을 잘하는 당임을 한 번 더 확인했다”며 최 전 의원 징계에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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