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얼음깼으니 봄 올 것”/노­고르바초프 회견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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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대통령 공동선언은 양국 공영 시발/고르비 남북관계엔 신뢰구축 필수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4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약 20분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와 의미 등에 대해 소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노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문일답 요지.
▲타스통신기자=이번 공동선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노대통령=지난번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는 동북아의 얼음을 깨는 회담을 가졌다. 이제 얼음을 깨는 따뜻한 봄날이 와 자유·번영·협력의 씨앗이 뿌려지고 머지않아 큰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노대통령이 문인다운 표현으로 답변하셨는데 나는 정치인답게 얘기하고자 한다. 이번 노대통령의 방소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본다.
우리 두나라는 얼마전 수교했으며 서로 협력할 용의가 돼있다. 특히 국제문제를 토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전망이 아주 밝다. 그러나 그런 관계는 북한과도 가질 것이다. 이번에 양국간 기본공동선언을 조인하고 여러분야에 걸쳐 협정을 체결,양국사이에 협력을 위한 든든한 기초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한 소 양국의 협력을 위한 좋은 기본틀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한국 방문
▲한국기자=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그리고 북한의 핵안전협정 가입문제에 대한 견해는 어떠하십니까. 노대통령께서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 달라.
▲고르바초프 대통령=노대통령의 이번 방소는 샌프란시스코 회담의 합의사항을 실행하는 시작이다. 귀국방문 초청을 이번에 받았으며 이에 대해 노대통령에게 깊은 사의를 표한다.
나의 한국방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적합한 시기를 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멀리 미루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비핵지대화에 노력
다음 두번째 질문에 답변하겠다. 우리는 한반도정세에 대해 깊은 의견을 교환했다. 이 문제는 새로운 국제정세에 자극받아 후일 한국민의 염원이 실현돼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리는 이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단계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노대통령은 남북간의 신뢰구축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으며 나도 그 견해에 공감했다. 신뢰에 기초해서만 진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 견해를 얘기하면 남북한 인민들의 염원에 공감한다. 그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우리는 옆에서 그 일을 도와줄 것이다. 이러한 문맥속에서 당신의 질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답변하면 노대통령에게 말한대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이 해소되면 될수록 이것이(북한의 핵문제) 진척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비핵지대로 만들도록 남북한이 서로 합의하면 모든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련의 원칙적인 입장은 핵무기전파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나라가 될 것
▲노대통령=이번 한 소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이곳 모스크바까지 오는데 10시간 남짓 비행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86년이 걸려 이곳에 왔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는 벌써 유럽지역에서 파리선언을 이룩했다.
오늘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선언은 동북아도 평화와 협력,공존·공영의 한 지붕속에 들어가는 시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회담에서는 양국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결합하면 함께 발전해 위대한 나라들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참으로 보람과 감회를 느낀다.<모스크바=이규진특파원>
◎각국 반응/미국 한국 강국 부상 전환점/소련 양국간에 새 시대 열었다/일본 북한과 관계정상화 계기/중국 착잡한듯 침묵으로 일관
▷소련◁
14일자 소련의 각 신문은 한 소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한 소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그 의의를 크게 강조했으며 그중에서도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13,14 양일간에 걸쳐 한국기업그룹의 전면 광고를 싣고 「한국 대통령 방소 환영」이라는 문구를 넣었다.<동경=연합>
▷미국△
노태우 대통령의 소련 방문과 소련에 대한 경제지원 및 통상·투자제의는 한국이 강국으로 부상하는데 있어 새로운 단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가 14일 보도했다.<워싱턴=연합>
▷일본◁
한 소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일본정부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일본의 대 북한 국교정상화교섭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환영했다.
일본정부는 북한이 한 소 접근에 크게 불만을 느끼고 있음이 확실하며 15일부터 북경에서 열리는 일­북한 국교정상화 제3차 예비회담에서 북한이 보다 타협적 자세로 나올 것으로 관측했다.<동경=방인철특파원>
▷중국◁
한 소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중국 지도자들의 심정은 매우 착잡할 것이라고 중국 외교관측통들은 논평했다.
노대통령의 소련 방문과 한 소 정상의 공동선언에 대해 중국 관영 언론들이 사실 보도만 할뿐 일체 논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지도자들도 이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같은 관측통들의 분석을 강력히 뒷받침해주고 있다.<홍콩=연합>
▷유럽◁
유럽언론들은 14일 한 소 정상회담이 아시아에 신데탕트시대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로마=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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