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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쏘아올린 3% 성장률…'긴축' vs '확장' 나아갈 방향은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라 곳간을 풀면 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된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역대 대선마다 단골 공약으로 나오던 경제성장률 공약이 이번엔 총선을 앞두고 제시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3% 성장론’을 꺼내 들면서다.

한국의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3% 성장률’은 어느덧 꿈의 목표가 됐다. 2014년부터 10년간 경제성장률이 3%를 넘었던 건 사실상 2014년(3.2%)과 2017년(3.2%) 두 해뿐이다. 2021년에도 4.3%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로 역성장(-0.7%)한 전년도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였다.

지금 이대로라면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2%대 초반으로 올해(1%대)보다는 소폭 높지만 향후 5년간 2%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규철 경제전망실장도 ‘한국이 3%대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5년 정도 지나면 1%대 성장률이 자연스러운 시기가 올 것”이라며 오히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 말처럼 향후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성장 잠재력을 높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2% 맴도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제통화기금(IMF)]

2% 맴도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제통화기금(IMF)]

문제는 수단과 방법이다. 이 대표는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했다. 연구·개발(R&D) 및 신성장동력·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와 소비 진작을 제안했다. 구체적 부양책으로는 ▶1년 임시소비세액공제 ▶소상공인 가스·전기료 부담 완화 ▶3조원 규모의 금리 인하 등을 꼽았다.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과 신성장 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 돈을 풀자는 이 대표의 주장은 솔깃하다. 정부의 확장 재정은 가장 쉽게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이다. 시장에 일단 돈이 돌면 경제 산업 전반에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경제기구 “긴축재정 필요하다” 주장한 이유

하지만 국내외 경제기구들의 판단은 사뭇 다르다. IMF와 KDI는 “당분간 긴축재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라 곳간을 풀기엔 한국 경제의 속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재정 건전성부터 꼬집었다. 재정 정책에 적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집권 5년간 400조원 이상 급증한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 9월 말 기준 1099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말까지 전망된 국가채무액(1128조8000억원)을 고려하면 국내 거주자 1인당 감당할 나랏빚은 2189만원이다. 10년 전인 2013년(971만원)보다 125.4%(1218만원) 증가했다. 인구 감소로 인해 5년 뒤엔 1인당 부담액이 571만원 더 늘어난다. 여기서 확장 재정을 더 한다면 미래 세대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은 50% 수준으로 양호한 편으로 보이지만 여기엔 지방정부나 공기업 부채는 제외돼 있다. 한국은 공기업 부채가 굉장히 많아 이를 포함하게 되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정 풀면 물가 다시 뛸 것”

물가 안정과 성장률 제고 목표가 함께 가기 어려운 점도 딜레마다. IMF가 전망한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3.6%다. 물가안정 목표(2%대)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 둔화를 통해 물가 안정시키는 전략이 필요한데 경기조정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정규철 KDI 실장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인데 경기 부양을 과감하게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라며 “3%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현재 체력을 넘어서는 과열 상태로 갈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 제고의 한계를 지적했다. 양 교수는 “정부의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면 2% 후반대 정도가 최대일 것”이라며 “그것도 ‘반짝’ 효과로 그칠 것이다. 긍정적 효과보단 재정 적자가 늘어남에 따라 감당해야 할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가 돈을 푸는 단기적 부양책보다는 장기적 호흡의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실장은 “노동시장 유연화나 규제 개혁을 통한 진입장벽 완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막힌 혈을 뚫어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성현 교수는 “성장률 숫자 자체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결국 성장률을 올리는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투자에 나설 경우 인센티브를 주거나 규제 장벽을 낮춰주는 등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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