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정우성 반영했다"…80년대 군부독재 저격수 된 정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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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을 21일 서울 북촌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을 21일 서울 북촌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22일 개봉)에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은 육군 내 사조직을 키우던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의 영입 권유를 이런 신념으로 단칼에 끊어낸다.
그는 군인 정신이 투철한 강직한 인물이다. 1979년 신군부 세력의 12‧12 군사반란 실화가 토대인 영화에서 전두광 세력의 쿠데타에 끝까지 맞선다. 지난해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에서 1980년대 군부 독재의 심장에 총구를 들이댄 안기부 차장 김정도를 열연했던 정우성(50)이 ‘서울의 봄’에서 또 다시 군부 독재에 맞서는 인물이 됐다. 청춘의 반항을 상징했던 정우성의 새로운 변주다.

22일 개봉 영화 '서울의 봄' #12·12 군사반란 실화 소재 #정우성 반란군 막는 군인 연기 #"전두광 기세에 눌리고 싶지 않았죠"

반항적 청춘 정우성, 군부독재 저격수로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당시 실존 인물에 가장 상상을 많이 보탠 상징적 역할이 바로 이태신이다. 배우 황정민의 전두광이 “활화산처럼” 정국을 뒤흔든다면, 이태신은 “깊은 호수 같고 선비 같은 지조”로 본분을 지킨다.
김 감독은 26년 지기 정우성이 실제 그런 성향이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히며 “이 사람, 참 멋있게 나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김 감독의 데뷔작 ‘비트’(1997)부터 ‘태양은 없다’(2001), ‘무사’(2001), ‘아수라’(2016)에 이어 영화 5편을 함께했다.

앞서 언론 시사 후 간담회에서 “‘헌트’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지 않을까 부담됐지만 김성수 감독 설득에 용기를 냈다”고 밝힌 정우성을 21일 서울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헌트’의 김정도가 대의명분에 자기를 ‘얹은’ 사람이라면, 이태신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면서 “대의명분은 맹목적이고 배타적일 수 있지만 이태신은 배타적이지 않다. 수도사령관으로서 직무의 정당성을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을 공부할 때도 있지만, 이번 영화에선 오히려 실존 인물에서 더 떨어져 이태신이란 인물을 찾아갔다”면서다.

김성수 감독 "이태신에 실제 정우성 반영" 

김 감독이 “이태신이 이랬으면 좋겠다”며 처음 보낸 사진은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인터뷰하던 모습이었단다. “메신저앱으로 자꾸 제 사진을 보내셔서 난감했다”는 정우성은 “난민의 삶을 전하는 인터뷰는 단어 하나 하나의 선택이 조심스럽다. 그런 신중함을 말씀하시는 거라 이해했다”고 했다.

영화 '서울의 봄'(22일 개봉)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다. 김성수 감독은 극중 반란군을 최후까지 막아서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캐릭터(가운데)에 "실제 배우 정우성의 신념 있는 모습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22일 개봉)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다. 김성수 감독은 극중 반란군을 최후까지 막아서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캐릭터(가운데)에 "실제 배우 정우성의 신념 있는 모습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극 중 이태신은 쿠데타 세력에 맞설 병력 지원 요청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안개 속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니까 계속해서 어딜 가는데 그 길이 어느 방향인지 모르는” 답답함이 연기하는 내내 정우성을 짓눌렀다. ‘전두광은 불, 이태신은 물’이란 연출 주문에 “가급적 차분함을 유지하고 감정을 억제했다”며 "상대 배역을 지켜보고 반응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완성된 영화를 보고도 그런 기억 탓에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정우성 "멋있게 보여서는 안 됐다" 

황정민과의 연기 맞대결도 팽팽하다. 이태신이 혈혈단신으로 바리케이드를 뚫고 전두광에게 나아가는 장면이 한 예다. 폭주하던 전두광도 이태신의 투철한 사명감에 멈칫한다. 수십개의 바리케이드를 비틀대면서도 거침없이 넘는 이태신의 전진, 전두광의 홉뜬 눈동자가 교차한다.
“가는 길이 어려워도 최선을 다하는” 이태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우성은 “힘들었지만, 비장하거나 멋있게 보여서는 안 됐다. 그냥 가는 거, (전두광을) 못 만날 수도 있지만 이태신은 가려고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서 육군참모총장(왼쪽부터, 이성민)은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중심으로 폭주하는 육사 내 사조직 '하나회'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원칙주의자인 이태신(정우성)을 수도경비사령관에 임명한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서 육군참모총장(왼쪽부터, 이성민)은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중심으로 폭주하는 육사 내 사조직 '하나회'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원칙주의자인 이태신(정우성)을 수도경비사령관에 임명한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역대 출연작 중에서 가장 많이 관찰한 상대 배우인 황정민과는 전작 ‘아수라’부터 형‧동생 사이가 됐다. 정우성은 “같은 현장 배우들은 ‘동료’라 생각해왔는데 정민 형은 ‘아수라’ 때 진짜 ‘형’으로 다가왔다. 표현이 즉각적이고 다혈질일 때도 있지만, 촬영에 집중하는 자세가 저와 잘 맞았다”고 했다.
이어 “‘서울의 봄’은 역할 때문인지 서로 말을 안 섞었다”면서 “전두광이 뿜어내는 기세에 눌리지 않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안 타 죽을까 고민했다”고 돌이켰다.

카메오까지 올 5편 개봉 "카메오상 받고 싶어"

잇따라 현대사 소재 영화에 출연한 의미를 묻자 그는 “20~30대 때는 작품에 의미 부여를 크게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중요하지 않더라”고 했다. “멋진 연기도, 멋을 의식하는 순간 멋이 다 날아간다. 그냥 감정에 충실하면 관객이 평가해주신다. 스타들도 스타성을 의식하면 ‘쟤, 스타병이야’라고 사람들이 수근댄다”면서다.

영화 '서울의 봄' 촬영 현장에서 배우 정우성(왼쪽부터)과 김성수 감독. 두 사람은 김 감독 데뷔작 '비트'부터 26년지기다. 김감독은 이번 영화속 이태신이 바리케이트를 홀로 넘어 전두광(황정민)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이 사람(정우성) 참 멋있게 나이들었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촬영 현장에서 배우 정우성(왼쪽부터)과 김성수 감독. 두 사람은 김 감독 데뷔작 '비트'부터 26년지기다. 김감독은 이번 영화속 이태신이 바리케이트를 홀로 넘어 전두광(황정민)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이 사람(정우성) 참 멋있게 나이들었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올해 유난히 바쁜 행보도 “오래 전부터 한 것과 그때 그때 제안 받은 작품이 합쳐지며 그렇게 됐다”고 소탈하게 말했다. 올해 들어 그는 감독 데뷔작 ‘보호자’를 비롯해 코믹한 캐릭터로 카메오 출연한 ‘웅남이’, ‘달짝지근해: 7510’, ‘거미집’에 더해 ‘서울의 봄’까지 영화 5편을 개봉했다. ‘보호자’ 촬영 이후 직접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까지 더하면 몇 년째 강행군이다. 주연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ENA)도 27일 첫 방영한다.
“카메오는 같이 작업했던 분들의 부탁으로 한 거죠. 저도 왜 이렇게 많이 했나 싶어요. 카메오 상이 있다면 받고 싶습니다!”
50대에 들어선 그는 “요즘은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진짜 쉬고 싶다”고도 했다. 스크린 데뷔작 ‘구미호’(1994) 이후 어느덧 연기 30년 차라는 걸 상기하고선 빠른 세월이 놀라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시간의 작업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현장에 대한 설렘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면서 “어찌 보면 큰 행운이다. 적성에 맞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했다.
“아직도 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완성된 게 아니잖아요. 평가는 죽고 나서 사람들이 하는 거죠. 계속해서 저를 찾아가고 싶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가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영화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성수 감독과 주연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등이 참석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가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영화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성수 감독과 주연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등이 참석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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