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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이란 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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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무에타이 선수 출신의 학교폭력 가해자에 맞서 합기도 세계 챔피언 교사가 링 위에서 ‘맞짱’을 뜬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이런 내용의 웹툰이 기반인 액션 판타지. 주인공은 기간제 교사 ‘소시민’. 불의를 못 참는 성미지만, 정교사 승격을 위해 자신을 ‘스타’라며 비웃는 학생들까지 참아낸다. ‘스타’는 스페어타이어의 줄임말. 즉 ‘땜빵용 교사’라는 비하다.

그런 소시민에 변화가 일어난다. 김밥 파는 할머니를 학폭 일당으로부터 지키려다 되레 폭력의 타깃이 된 피해 학생을 알게 되면서다. 소시민은 이제 비겁함이란 사회적 가면을 벗는다. 익살맞은 고양이 가면을 쓰고 가해자 한수강을 응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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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학생에게 신체적 제재를 가하는 설정이 부담스러워서일까. 한수강은 1년 유급한 성인 나이로 설정됐다. 학교 이사장의 뒷배, 월등한 싸움 실력을 갖춘 그의 학폭은 도를 넘는다. 소시민과 한수강의 맞대결. 평소 한수강을 어마어마한 벽처럼 느껴온 학생들의 공포가 무너지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주연을 맡은 신혜선은 “선생님과 제자란 게 걸렸다”며 “가해 학생이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란 점을 강조했다. “제목처럼 우리 안의 용감한 판타지를 대리 경험하는 영화가 될 수 있길” 바라면서다.

‘용감한 시민’은 실제라면 불가능한 만화 같은 영화다. 반면 만든 사람도, 통쾌하게 바라볼 관객도 이유는 같다. 학폭에 대한 해법이 없는 현실이 답답해서다. 교육부는 오는 올 2학기부터 초·중·고 교사가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학생의 행위를 막기 위해 공간 분리 등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있게 했다. 무너진 교실 내 평화, 경쟁과 탐욕이란 어른들 세상의 축소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