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4년의 임기를 마치고 감사원을 떠난 유희상 전 감사위원은 지난 공직생활에 대한 감사함과 소회를 밝히는 통상의 이임사와는 다른 이례적인 이임사를 남겼다. 감사원 내부 출신으로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유 전 감사위원은 지난주 열린 이임식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을 겨냥하는 듯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유 전 감사위원은 현직 시절 서해 피살 공무원 감사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등과 관련해 유 사무총장과는 이견을 보여왔던 인물이다. 유 전 감사위원의 후임으론 전현희 전 위원장 감사를 총괄했던 김영신 전 공직감찰본부장이 지난 14일 임명됐다.
본지 취재와 당시 이임식 참석자들에 따르면 유 전 감사위원은 이임사에서 “감사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독립성과 중립성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현재 감사원은 전례 없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감사원 구성원 사이엔 약간의 균열과 밖에서나 볼 수 있는 일부 팬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감사원 내부에선 “유 사무총장과 일명 '타이거파'로 불리는 유 사무총장과 가까운 감사관들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유 전 감사위원은 “공직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감사 방식은 합법을 빙자한 폭력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권한이 셀수록 절제하면서 행사할 때 권위가 뒤따라온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감사위원은 전현희 전 위원장 감사를 둘러싼 조은석 감사위원과 유 사무총장 간의 갈등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임식에서 “감사원 사무처와 감사위원회는 하나의 수레바퀴로 한 몸이 되어야 단단하다”며 “감사위원과 사무처 간 소통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진실의 알은 스스로 깨고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전 감사위원은 감사원 내부의 문제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던 점에 대해 “그동안 침묵하였던 것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 상태를 진정시켜보고자 하는 작은 움직임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유 전 감사위원의 이임사를 두고 감사원 내부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고, 유 사무총장도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선임 감사위원으로서 감사원 내부 갈등을 조정할 의무는 유 전 감사위원에게 있었다”며 “떠날 때야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실무자도 “권력의 눈치를 보며 감사원의 중립성이 흔들렸던 건 지난 정부 때 아니었느냐”고 했다. 다만 또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유 전 감사위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을 찾아가 감사원 내부 갈등의 봉합을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