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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화 속도전이 화근? 오픈AI 창업자 쫓겨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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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샘 올트먼

샘 올트먼

전 세계를 ‘챗GPT 쇼크’에 빠트린 오픈AI가 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갑자기 해임했다. 이사회의 결정이다. AI 수익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던 올트먼과 이를 우려하는 내부 세력 간 갈등이 ‘CEO 축출’ 사건으로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업가치 860억달러(약 111조 5000억원)에 달하는 오픈AI의 혼선이 AI 기술 업계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픈AI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공식블로그를 통해 “(올트먼의) 의사소통이 일관되고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의 책임 수행 능력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트먼의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다. CNBC에 따르면,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불법 행위나 재무, 비즈니스, 보안,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해임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공동창업자인 그렉 브록만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시 CEO를 맡았다. 무라티는 2018년 오픈AI에 입사해 챗GPT와 이미지 생성 AI 달리 개발을 주도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AI 거물에 대한 해임은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당사자인 올트먼은 “살아있는 상태로 내 추도사를 읽고 있는 듯한 경험”이라고 X(옛 트위터)에 썼다. 그는 해임 하루 전인 16일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도 참석하며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일리야 수츠케버

일리야 수츠케버

AI 안전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올트먼 해임을 밀어붙였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블룸버그는 “일리야 수츠케버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와 올트먼이 생성 AI 개발 속도, 상업화, AI로 인한 피해 등의 문제에 있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수츠케버는 오픈AI 수석과학자이자 공동창업자로 AI의 안전을 중시한다. 반면, 올트먼은 ‘AI판 아이폰’ 등 하드웨어 기기를 구상하며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나섰고, 이달 말 AI 챗봇 거래장터인 ‘GPT 스토어’ 출시를 예고하며 수익화에도 적극적이었다.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 직원이 “쿠데타 아니냐”고 묻자, 수츠케버는 “그 단어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게 봐도 된다”며 “비영리 단체로서 (오픈AI의) 사명인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구축하기 위해 이사회는 의무를 다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비영리법인인 오픈AI(오픈AI Inc)가 영리법인 자회사를 통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우선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 오픈AI Inc는 자회사인 비영리법인 지주회사를 통해 영리법인 손자회사 ‘오픈AI 글로벌’을 소유하고 통제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0억달러 투자를 유치한 건 영리법인 오픈AI 글로벌이다. 이사회는 ‘인류를 위한 안전하고 유익한 일반인공지능(AGI)을 만든다’는 목표에 따라 오픈AI 글로벌의 수익을 제한하도록 설계돼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AI 업계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오픈AI는 공동창업자인 브록먼도 사의를 표명하고, 선임 연구원 3명도 떠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트먼이 돌아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를 비롯한 오픈AI 투자자는 올트먼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에도 불똥이 튀었다. 올트먼이 해임된 17일 MS 주가는 약 1.7% 하락했다. 오픈AI-MS 연합군이 이대로 계속 휘청인다면 AI 경쟁 상황도 바뀔 수 있다. 특히 오픈AI와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구글은 시간을 벌 수 있다.

올트먼이 오픈AI과 인연을 끊고 그렉 브록만 등과 다시 창업할 가능성도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올트먼이 새로운 AI 벤처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은 이미 올트먼의 새 창업에 투자할 의지를 비치고 있다. 세쿼이아캐피털의 알프레드 린 파트너는 자신의 X 계정에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만이 이끌 ‘세상을 바꿀 기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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