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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건전성 빨간불…부채 증가폭, 부도 증가율 세계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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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년 넘게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에도 한국의 기업 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기업 부채 증가 속도와 부도 증가율 모두 세계 2위 수준이었다. 기업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여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126.1%)이 3위였다. 1위 홍콩(267.9%), 2위 중국(166.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2분기(120.9%)보다 5.2%포인트 뛰면서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한 계단 올라섰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기업 부채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28.6%포인트·58.3→86.9%)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었다. 지난 1년간 전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기업 부채 비율이 상승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9개국에 불과했다.

한국 기업의 부도 증가율은 약 40% (전년 대비)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였다. IIF가 올해 10월까지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IIF 보고서는 “유럽 등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은행이 민간 부문 대출을 줄이면서,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들 사이에서 취약성 증가의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기업 부도 건수 증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짚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중 역시 1위였다. 2분기(101.7%)에 비해 소폭 낮아졌지만 2020년 이후 거의 4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나라다.

한국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8.9%)은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역시 부채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44.2%)에 비해 4.7%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홍콩·아르헨티나·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한국의 가계와 기업 부채는 4분기에도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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