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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행정망 마비…"카카오 때와 차이난다" 정부의 내로남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 지방행정정보시스템(행정전산망) 장애 발생 사흘째에서야 원인 규명과 시스템 복구가 이뤄지게 되자, 전문가와 민간 정보통신(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등 민간 기업이었으면 아마 난리가 났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시스템 오류로 마비된 지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통합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시스템 오류로 마비된 지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통합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30분간 문제 생겨도 보고시키더니…”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장애 원인은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의 인증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이상으로 밝혀졌다. 행안부는 해당 장비 교체 후 서비스를 재개했다. 지난 17일 오전 ‘초유의 행정망 마비’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사태 당일 즉각적으로 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하고, 원인 규명까지 더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두고 국내 주요 포털 관계자는 “서비스가 30분 만 문제가 생겨도, (정부는) 우리에게 보고서를 써서 책임자가 보고하게끔 한다”며 “정부와 직접 계약한 것도 아니고 (우리 서비스가) 단순히 국민 대다수가 이용,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너희 잘못’이라며 몇 시까지 문제를 해결하라고 독촉했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니 과연 정부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의아하다”고 했다.

지난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무인발급창구가 전산 오류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무인발급창구가 전산 오류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IT 업계에서도 현 사태가 이해 안 된다는 반응이다. IT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 A씨(50대)는 “정부 관계자의 허가 아래 프로그램 업데이트든 장비 교체를 했을 것”이라며 “그러면 분명 사전에 테스트를 여러 차례 거쳤을 텐데, 이처럼 장기간 전산 마비 사태가 이어질 수 있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처, ‘카카오 대란’과 차이나”

지난해 10월 15일 경기 성남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했던 ‘카카오 먹통 대란’과 비교, 정부 대응이 “민간 기업일 때와 지나치게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정부는 카카오가 비상사태 대응을 위한 예비 데이터센터를 두지 않았단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카카오는 모든 서비스를 완전히 복구하기까지 약 5일(10월20일)이 걸렸지만, 카카오톡 및 카카오 서비스 주요 기능(로그인, 채팅, 송금 등)의 상당 부분은 화재 바로 다음 날 오후 정상화됐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해 10월 19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해 10월 19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원인 규명도 해야 하고 시스템 복구에 힘을 쏟다 보니, 정부도 바쁘니까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게 늦어질 순 있다”면서도 “ (문제를 지적할 때와) 입장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카카오 대란 때와 비교하면 정부 대응이 너무 차이 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당시 카카오는 대표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몇 번이나 사과했었냐”라며 “IT 관련한 정부의 사이버 보안이든 서비스 장애든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장관과 차관, 국·실장급이 한 번도 책임진 적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업체나 실무진 선에서 ‘꼬리 자르는’ 것으로 끝나면 가장 나쁜 결말”이라며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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