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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회의 앞두고 “北 1주일 안에 위성 발사”…中 '암묵적 승인'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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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하지만 회담 모두발언과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선 북한과 관련한 일체의 현안이 언급되지 않았다.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원론적 입장에 불과하다. APF=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하지만 회담 모두발언과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선 북한과 관련한 일체의 현안이 언급되지 않았다.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원론적 입장에 불과하다. APF=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모두발언과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웃으며 만나 악수를 나눴지만 끝내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군사정찰위성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받아 3차 위성 발사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한·미와 중국 간 ‘북핵 동상이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미·중 세 정상은 나란히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점차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접점은 찾지 못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한·미와 침묵을 이어가며 몸값을 높이는 중국 사이의 간극이 좀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러시아 도움으로 北 엔진 문제 해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APEC정상회의 세션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양국이 조율하던 한중 정상회담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APEC정상회의 세션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양국이 조율하던 한중 정상회담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5월, 8월에 이어 세 번째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앞으로) 일주일을 전후로 (군사정찰위성을) 쏠 수 있는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엔진의 문제점을 거의 다 해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이어가는 것은 러시아의 지원과 중국의 묵인이 낳은 결과다. 실제 한·미·일 북핵 공조의 반대편에서 밀착을 강화하는 북·중·러 연대는 북한이 아무런 통제 없이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군사정찰위성을 시험 발사했다. 두 차례의 위성 발사가 실패로 끝남에 따라 북한은 세 번째 시험발사를 준비중이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군사정찰위성을 시험 발사했다. 두 차례의 위성 발사가 실패로 끝남에 따라 북한은 세 번째 시험발사를 준비중이다. 연합뉴스

중·러는 지난해부터 비토(veto·거부)권을 활용해 추가 대북제재 결의를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의 대북 제어 능력을 마비시켰다. 최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최소 컨테이너 2000개 분량의 북한발(發) 무기를 제공받은 러시아가 본격적인 대북 위성 기술 이전에 나섰다. 그럼에도 북·중·러 밀착의 맏형 격인 중국은 이를 방관하며 남 일 대하듯 한다.

中 방관은 '거리두기' 아닌 '암묵적 독려'

신 장관이 언급한대로 북한이 1주일 후 3차 위성을 발사한다면 오는 26일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시점과 맞물린다. 중국 측에선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 회의에 참석한다.

2019년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뒤 주석단에 올라서 인사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2019년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뒤 주석단에 올라서 인사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특히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는 내년 초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사전 준비 일정에 해당한다. 이같은 상징적 외교 일정을 전후로 북한이 중국과의 협의 없이 위성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감행하긴 어렵다.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로 대북 제재가 누적된 탓에 이제는 중국의 지원 없이 체제 유지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3국 외교장관 회의 전후로 위성 발사에 나선다면 이는 북·중 간 교감이 끝난 ‘허가받은 무력도발’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시진핑, '中 역할론' 껄끄러웠나 

지난 9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 장관은 북한의 고도화하는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 중국이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 장관은 북한의 고도화하는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 중국이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시 주석이 면전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요구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한·중 정상회담에 소극적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러 간) 위험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 한·미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위험한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에는 호응했다. 이는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일 수밖에 없는 한·중과 달리 미·중 간에는 대화재개·공급망·첨단기술 등 우선순위가 높은 또 다른 현안이 산적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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