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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전염병 전쟁' 반복되는데…검역ㆍ방역 인력은 태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한 축산농가에서 농장주가 럼피스킨병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한 축산농가에서 농장주가 럼피스킨병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마저 국내 토착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럼피스킨병까지 발생, 가축전염병에 대한 검역·방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나 필요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강원지역, 수의직 정원 절반도 못 채워

1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우선 강원도의 경우 태백시와 속초시, 홍천군, 평창군, 정선군, 철원군, 화천군 등 도내 7개 시·군은 수의직 공무원이 ‘0명’이다. 이들 지자체는 군 복무를 대신해 근무 중인 공중방역 수의사에 의존하고 있다. 정원을 채운 곳은 횡성군(2명)과 양양군(1명)이 전부다. 도내 18개 시·군의 수의직 정원은 40명이나 현원은 절반도 채우지 못한 15명이다.

강원도 본청 수의직도 부족하다. 정원은 86명인데 67명만이 일하고 있다. 강원도는 수의직 공무원을 확보하려 꾸준히 경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나 임용률은 2021년 41%에서 지난해 17%, 올해 12%로 감소 추세다.

지난 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한 축산농가에서 럼피스킨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한 축산농가에서 럼피스킨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수의직 미충원율 처음으로 40% 넘어 

전북도도 가축 전염병 유행기인 겨울철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14개 시·군 방역 현장을 책임지는 가축방역관 인력 21명을 채우지 못하면서다. 더욱이 가축 질병 방역, 축산물 위험·안전성 검사 및 가축개량 등을 전문으로 하는 동물위생시험소 수의 인력도 19명이나 부족한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수의직 미충원율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미충원율이 40%를 넘었다. 2018년(22.9%)과 2019년(29.5%) 20%대에 머무르던 미충원율은 2020년 31.2%로 올랐다. 이후 2021년 33%, 지난해 37%를 넘어 올해는 41.1%로 조사됐다.

지난 8일 대전의 한 한우농가에서 소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을 완료한 소들이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일 대전의 한 한우농가에서 소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을 완료한 소들이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정원 못 채워

지역별로 보면 적정인원 대비 부족 인원(비율)은 경북 142명(53.8%), 경기 133명(45.4%), 전북 114명(55.0%), 전남 99명(44.7%), 경남 68명(37.6%) 등 순으로 집계됐다. 경남의 경우 지난 8월 모집 때 도청 소속 수의직 응시자는 정원의 10%인 3명에 그쳤다. 같은 시기 경남 도내 9개 시·군에서도 수의직 모집에 나섰지만, 응시자는 아예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동·식물, 축산물의 수출입 검역과 가축 질병 방역, 동물 보호·관리 등을 수행하는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조차 수의직과 수의연구직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본부 수의직 정원 322명 중 50명(15.5%)이 결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의연구직 역시 정원 133명 중 8명(6.0%)을 구하지 못했다.

박 의원은 “수의사·수의연구직 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농·축산업 방역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근로환경과 대우 등이 개선돼야 많은 이들이 지원할 것이고, 방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후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럼피스킨이 발생한 경북 김천의 한 한우 농장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럼피스킨이 발생한 경북 김천의 한 한우 농장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의직 공무원 부족한 이유는 

수의직 공무원 확보가 어려운 건 동물 방역, 축산물 위생 안전, 반려동물 보호 등의 업무가 날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강원지역의 경우 2019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이 속출하면서 가축 질병 위기관리 경보가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현장에 동원되는 일이 잦고 24시간 대기하거나 주말에 상황실 근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반면 동물병원을 개업할 경우 공무원보다 고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으로 처우가 열악한 수의직 공무원 임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이에 일부 자치단체는 수의직 공무원들의 이직률을 최소화하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강원도의 경우 현재 7급으로 채용하는 수의직을 6급으로 상향하고 4명인 전문관을 1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채혈 업무는 민간 병원으로 이양하거나 수의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 업무는 다른 인력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업무 현실과 동떨어진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등 중앙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5년째 위기관리 대응 경보가 심각 단계로 지금도 가축 전염병과 전쟁 중”이라며 “지속적인 가축 전염병 발생으로 업무가 점점 힘들어지다 보니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어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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