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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도 韓 기업 부채·부도 증가 속도 세계 2위...건전성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들을 정부와 은행, 정치권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들을 정부와 은행, 정치권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1년 넘게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에도 한국의 기업 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기업 부채 증가 속도와 부도 증가율 모두 세계 2위 수준이었다. 기업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여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126.1%)이 3위였다. 1위 홍콩(267.9%), 2위 중국(166.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2분기(120.9%)보다 5.2%포인트나 뛰면서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한 계단 올라선 것이다.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28.6%포인트ㆍ58.3→86.9%)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었다. 지난 1년간 전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기업 부채 비율이 상승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9개국에 불과하다.

한국 기업의 부도 증가율은 약 40%(전년 대비)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였다. IIF가 올해 10월까지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IIF 보고서는 “유럽 등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은행이 민간 부문 대출을 줄이면서,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들 사이에서 취약성 증가의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기업 부도 건수 증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짚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중 역시 1위였다. 2분기(101.7%)에 비해 소폭 낮아졌지만 2020년 이후 거의 4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나라다. 3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 분기보다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GDP 증가 등의 영향으로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한국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8.9%)은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역시 부채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다. 1년 전인 작년 3분기(44.2%)에 비해 4.7%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홍콩(23.3%포인트)ㆍ아르헨티나(8.1%포인트)ㆍ중국(7.1%포인트)에 이어 네 번째다.

문제는 가계와 기업 부채가 4분기에도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원 급증했다.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로 봐도 6조3000억원 늘었다. 11월 들어서도 증가세가 여전하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89조5581억원으로, 10월 말(686조119억원)과 비교해 약 보름 만에 3조5462억원 불어났다. 기업(대기업+소상공인 포함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66조3856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696억원 늘었다.

특히 기업 대출의 경우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기업 대출 연체율은 0.37%로 2021년 1분기(0.37%)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오는 3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도 증가세인 가계ㆍ기업 부채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은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초과할 경우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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