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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해도 전염 없고, 불치병 아니다…단, 때 밀면 안되는 이 병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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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용범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

면역 이상으로 생기는 피부 질환
심혈관 질환·관절 변형 등도 유발
불치병 아냐, 피부 보습 가장 중요

건선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다. 가렵고 따가운 피부 증상도 괴롭지만, 겉으로 보이는 피부 병변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겹친다. 차별적 시선으로 공공 출입을 꺼리고 대인관계도 힘들어한다. 건선으로 인한 염증은 겉으로 보이는 피부는 물론 심혈관·관절·장 등 신체 내부까지 침범한다. 건선이 고혈압·비만·당뇨병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건선은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건선 질환의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건국대병원 피부과 최용범(대한건선학회장) 교수에게 건선의 위험성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건선이 사라지기도 하나.
“대표적인 오해다. 건선은 면역학적 이상으로 생기는 전신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피부 각질을 만드는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면서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한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피부 발진, 가려움증 같은 피부 증상이 심해진다. 건선 초기에는 팔꿈치나 무릎, 두피 등에 각질이 쌓이면서 피부가 하얗게 일어난다. 더 진행하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병변이 넓어진다. 대개 피부가 깨끗해지면 다 나았다고 착각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 건선은 지속해서 치료해야 한다.”
건선으로 관절이 변형되고 전신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던데.
“사실이다. 피부에 나타난 염증의 원인이 내부에 있어서다. 건선은 피부 증상뿐 아니라 다른 문제도 유발한다. 건선을 오래 앓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건선성 관절염도 나타날 수 있다. 염증이 관절까지 침범해 건선 관절염으로 손가락·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이 붓고 뻣뻣해지다 관절이 틀어지면서 변형된다. 반복되는 피부 스트레스로 극심한 우울증도 겪는다. 겉으로 드러난 얼굴이나 팔다리 피부가 매끈하지 않으니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채로 지낸다. 건선의 중증도에 상관없이 삶의 의지를 잃고 자살 경향성(suicidality)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보이는 피부 증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적극적인 건선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다. 염증이 관리되지 않으면 건선의 모든 증상이 점점 누적돼 악화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건선이란 질환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
“대한건선학회에서 질환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유다. 매해 건선의 날(10월 29일)에는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또 보험 책자 등을 발간해 건선을 치료하는 피부과 전문의들이 정확한 기준을 인지하고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내년엔 한국에서 최초로 아시아 건선학회(ASP·Asian Society for Psoriasis)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양인과는 다른 동양인의 건선 질환 병리 양상을 연구하고 최신 생물학적 제제의 투약 기준 등을 논의한다. 건선은 감염성 질환이 아니다. 악수·포옹 등 신체 접촉 등으로 옮지 않는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보이는 피부 병변에 차별적 시선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건선 환자는 찌는 듯한 여름에도 몸을 가리는 긴 옷만 입고, 수영장·도서관 등 공공장소에 가는 것도 꺼린다. 건선이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청장년층 발병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부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중증 건선도 피부 증상은 개선이 가능한가.
“물론이다. 건선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건선은 중증도, 병변의 형태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경증일 때는 건선 부위에 연고·겔 등을 발라 증상을 완화한다. 전신으로 퍼진 중증 건선도 면역체계에 작용하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로 다시 깨끗한 피부로 회복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하면 중증 건선으로 인한 관절 변형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목초액 등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대체보완의학에 의존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싶다.”
중증 건선 치료에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나.
“생물학 제제별 치료 효과, 투약 편의성, 동반 질환 유무 등을 고려해 개인 상황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생물학 제제가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건선 치료에 쓰이는 주요 생물학적 제제는 치료 성공률의 기준이 피부 증상 90% 개선(PASI 90)을 목표로 할 정도로 높아졌다. 매년 4~12회가량 꾸준히 생물학적 제제를 주사로 맞으면 완치 수준의 피부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받는 중증 건선 환자 10명 중 5~7명은 치료 시작 12주 만에 PASI 90에 도달한다.”
중증 건선인데 생물학적 제제 치료에도 재발하면 어떻게 하나.
“다른 생물학적 제제로 대체하면 된다. 피부 건선이 재발했다는 것은 약효가 불충분해 염증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초기 치료 목표인 75%로 피부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장기간 치료로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으로 지속 투약이 힘들 때 다른 생물학적 제제로 교체 투여가 가능하다. 약을 바꿔도 건강보험 급여 지원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건선 증상을 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 보습이다.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건선 증상이 더 심해진다. 요즘처럼 추울 땐 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감기에 걸리면 전신 면역 체계가 흔들려 잘 관리되던 건선도 악화한다. 마지막으로 피부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때를 밀거나, 긁거나, 각질을 뜯는 행위는 피부에 상처를 주는 행위다. 건선이 없던 부위에 새롭게 생길 수 있어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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