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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 갈등 푼 묘수…23년만에 물꼬 튼 '공철·9호선' 직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분석]  

교통현안 해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유정복 인천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배준영 의원(오른쪽에서 세번째부터 반시계 방향)이 서울시, 인천시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배준영 의원실

교통현안 해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유정복 인천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배준영 의원(오른쪽에서 세번째부터 반시계 방향)이 서울시, 인천시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배준영 의원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17일 ‘인천·서울 교통현안 해결을 위한 업무협약’에 서명했다. 여기엔 오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대중교통 할인서비스인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인천시가 동참한다는 것과 공항철도(공철)·서울지하철 9호선(9호선) 직결 사업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기후동행카드가 발표된 건 지난 9월이라 얼마 되지 않지만 공철과 9호선 직결은 그야말로 해묵은 과제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두 철도의 직결운행 계획을 처음 발표한 건 지난 2000년이었지만 이후 23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었다.

 현재 공철을 이용해서 서울 강남 방면으로 가려면 김포공항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공철에서 내린 뒤 맞은편 플랫폼의 9호선으로 바꿔 타는 ‘평면 환승’ 방식이라 계단을 오르내리는 다른 환승보다는 낫지만, 환승 자체의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도 적지 않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는 이어졌지만, 직결로 인한 운영비 증가분 및 추가 시설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서울과 인천 간의 치열한 신경전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와 서울시, 인천시, 국회 배준영(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직결 운행으로 인해 서울 구간에서 추가로 발생할 운영비는 연간 60억~9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인천 구간의 추가 운영비는 공철이 부담한다.

 그동안 서울시는 두 철도가 직결될 경우 인천 영종도와 청라 주민은 물론 인천지하철 1·2호선을 이용해 계양역과 검암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는 인천시민들이 주로 혜택을 볼 것이기 때문에 추가 운영비를 인천시가 나눠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직결열차 승객의 75~80%가 인천시민일 것이란 게 서울시 추정이다. 이 비율대로라면 인천시가 매년 분담해야 할 운영비는 45억~70억원 사이가 된다.

 반면 인천시는 현행 철도 관련 법상 직결과 관련한 비용을 나눠내야 할 의무와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해 왔다. 직결사업은 애초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인천공항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시작한 것으로 법적 근거도 없는 운영비 분담 요구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직결을 위해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시설 개량비(약 240억원) 중 17%가량인 ‘40억원+α’는 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배준영 의원실에 따르면 직결에 필요한 사업비는 약 2116억원으로 공철이 1159억원을, 9호선이 957억원을 나눠내야 한다. 9호선이 책임질 비용 가운데 556억원은 차량 4편성(1편성 6량) 구입비다. 9호선은 직류 1500V(볼트)를, 공철은 교류 2만 5000V를 쓰기 때문에 직결하려면 직ㆍ교류 겸용 열차를 새로 들여와야 한다. 공철과 9호선이 각각 4편성씩 모두 8편성을 구입해 운행할 계획이다. 9호선의 차량 구입비는 서울시가 부담한다.

공항철도 열차. 사진 공항철도

공항철도 열차. 사진 공항철도

 또 9호선은 도시철도이기 때문에 전체 시설 개량비(400억원) 중 60%를 서울시가 내고, 나머지 40%를 정부가 지원한다. 그런데 지난 2019년 서울시가 비용분담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인천시도 시설비와 운영비 일부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결해도 평면 환승보다 시간 단축 효과가 3분밖에 안 돼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부정적 판단도 한몫했다고 한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한때 국무조정실에서 중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지만 “지자체 간 사안이어서 개입하기 힘들다”며 물러섰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와 인천시가 직결사업 조속 추진에 합의한 건 이번 협약으로 비용분담 갈등이 상당부분 풀렸기 때문이다.

 양측은 공철·9호선 직결과 관련해 9호선에서 발생하는 추가 운영비는 전액 서울시가 부담키로 했다. 연간 60억~90억원을 서울시가 더 감당하겠다는 얘기다. 대신 인천시는 직결열차 구입비를 제외한 총 사업비 중 서울시 부담분의 절반을 내기로 했다. 120억원가량으로 당초 인천시가 내겠다고 언급했던 40억원의 3배 정도다.

 서울시는 운영비 분담은 관철하지 못했지만 시설 개량비 부담 중 절반을 줄일 수 있게 됐고, 인천시는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는 운영비 분담 대신 액수가 늘기는 했지만 시설비를 더 내는 거로 결정해 법적 논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지하철 9호선 열차. 사진 서울교통공사

서울지하철 9호선 열차. 사진 서울교통공사

 양측은 구체적인 사항은 필요시 별도로 협의한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특별한 이견이 없는 한 직결을 가로막았던 최대 장벽은 사실상 제거된 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광위의 방현하 광역시설정책과장은 “협약대로라면 직결 관련 난제는 사실상 다 해결된 거로 보인다”며 “직결을 위한 설계와 관련 시설 정비 등 후속작업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2027년께 직결 운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23년간 꽉 막혔던 물꼬가 트인 데는 오 시장과 유 시장의 양보와 의지가 주효했지만, 그 뒤에선 대광위와 배준영 의원 등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광위는 직결 사업의 주무 기관이고, 배 의원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포함한 인천 중구·강화·옹진이 지역구라서 관련이 깊다.

 대광위와 배 의원에 따르면 당초 국토부가 직결 차량 구입용으로 올렸던 내년도 예산 55억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전액 삭감될 위기를 맞기도했다. 2021년에 배정된 직결 차량 구매 예산 222억원이 한 푼도 사용되지 못하고 국고에 고스란히 반납된 여파이기도 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 직결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배 위원과 대광위가 동분서주하며 예산을 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국회의 예산안 통과가 남아있긴 하다. 배 의원은 “어려움도 많았지만, 마침내 직결 문제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며 “사업이 끝까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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