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 왼손 투수 이의리(21·KIA 타이거즈)가 아시아 야구 최강국 일본을 상대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이의리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공 96개를 던지면서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3㎞까지 나왔다.
한국이 0-2로 뒤진 7회 말 교체돼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한 수 위 전력의 일본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고 버텨 한국 야구의 체면을 살렸다. 두 차례 만루 위기를 대량 실점 없이 막아내는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이의리는 지난 3월 10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전 이후 252일 만에 도쿄돔 마운드에 섰다. 당시 이의리는 7회 구원 등판했다가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는 동안 볼넷 3개를 내주며 고전했다. 결국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교체됐다.
이의리는 그 후 8개월 만에 다시 APBC 일본전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설욕을 벼르며 다시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던졌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이의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좌완 투수다. 일본에 왼손 타자가 많은데, 제구만 잘 되면 이의리의 공을 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이의리는 첫 이닝에 고전했다. 1회 말 선두타자 오카바야시 유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오카바야시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돼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곧 2~4번 타자 고조노 가이토-모리시타 쇼타-마키 슈고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오카바야시의 도루를 막지 못했다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을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의리는 다음 타자 사토 데루아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전열을 재정비한 뒤 만나미 츄세이까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고도 무실점으로 막아내 더 놀라운 한 회였다.
2회 말을 삼자범퇴로 마친 이의리는 3회 말 다시 흔들렸다. 선두타자 오카바야시가 다시 볼넷으로 출루했고, 고조노의 안타와 모리시타의 볼넷이 이어져 또 만루가 됐다. 그러나 이의리는 또 한 번 집중력을 되찾았다. 마키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해 아웃카운트 두 개를 한꺼번에 올렸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선제점을 빼앗겼지만, 최소 실점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넘겼다.
이의리는 4회 말 만나미에게 중월 솔로홈런을 맞아 두 번째 점수를 내줬다. 그러나 그 후 제구가 눈에 띄게 안정됐다.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일사천리로 4회를 끝냈다. 이어 5~6회 연속 세 타자씩만 상대하고 별다른 위기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