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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수화의 마켓 나우

스마트폰 미래, AI 사용자 경험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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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수화 한림대학교 AI 융합연구원 교수(인지과학)

이수화 한림대학교 AI 융합연구원 교수(인지과학)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올해 3분기에도 줄었다. 9분기 연속 감소세다. 반면 600달러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폰 부문은 급성장하는 양상이다. 매 분기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프리미엄폰의 성패는 가격을 제치고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된 ‘사용자 경험(UX)’의 차별화에 달렸다. 인공지능(AI)은 AI 앱 서비스를 통해 UX를 엄청나게 발전시킬 잠재력 덕분에 성장동력으로 인정받는다.

AI는 원천기술의 ‘분류명’이다. 딥러닝·강화학습·신경망·주의·트랜스포머 등의 용어는 AI의 ‘요소기술명’이다. AI가 UX를 향상하려면 앱에 의한 서비스가 요소기술 위에 얹혀져야 한다. 딥러닝이 AI 기술이라면, 자율주행차는 AI 앱 서비스인 셈이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AI 앱 서비스 전장에서 첫 포성은 음성분야에서 울렸다. 애플은 2011년 시리(Siri)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음성명령 시장을 개척했다. 삼성은 2012년 S보이스를 선보였다. 2014년에는 클라우드 진영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와 함께 음성비서 코타나를 출시했으며, 이후 구글이 어시스턴트를 스마트 폰과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했다. AI 음성비서 앱 서비스를 두고 스마트폰 진영과 클라우드-검색포털 사업자 진영의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국 회사들도 양진영에서 참전했다.

결정적 ‘한방’이 없는 무승부였다. 그 사이 AI 앱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꾼 원천기술인 트랜스포머가 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AI 앱 서비스가 생성형 AI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문장·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하여 다시 문장·이미지·음성을 생성할 수 있다. 지식노동자를 대체하고 지원하는 서비스는 생산성 향상에 압도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매출 곡선은 우상향이다. 종래 AI 앱 서비스가 장기간 시행착오와 불확실성을 헤쳐나갔던 패턴과 다른 모습이다. 현재까지는 클라우드-검색포털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스마트폰과 벌이는 줄다리기에서 우세를 선점했다. 애플과 삼성도 스마트폰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탑재하기로 하고,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어려움이 하나 있다. 모바일 UX의 대부분이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음성통화, 메시징, SNS, 웹브라우징, 콘텐트 감상이라는 ‘소비 향유’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생산’에 기여해온 생성형 AI 서비스가, ‘소비’ 중심 모바일 UX에서 자리매김할 길을 찾아야 한다. 생성형 AI를 모바일 UX에서 차별성 있게 녹여내지 못한다면 스마트폰의 운명은 OTT의 디스플레이로 전락한 TV의 신세와 비슷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세계에서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이다.

이수화 한림대학교 AI 융합연구원 교수(인지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