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법행정 경험 부족 사실…사법부 구성원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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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66)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법행정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법부 구성원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말했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됐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사법부 구성원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사법부 양대 수장 공백 사태에 대해서도 “헌법이 정한 원칙이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 도리”라며 “국회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하셔서 진행해주실 거라 믿고 있다”고 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 9월 퇴임하고, 후임으로 지명됐던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대법원장 자리는 54일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성범죄자를 감형해주는 등 과거 일부 판결이 논란이 되자 조 후보자는 “헌법과 대원칙에 따라 재판해왔다”며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은 (입장문을 통해) 간단하게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제 강제동원 관련 재판 지연 및 압색영장 대면심리에 대해선 “후보자 입장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정리가 끝나는 대로 추후에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尹,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차기 대법원장 적임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은 임명동의안에서 조 후보자에 대해 “헌법정신에 충실한 엄정하고 공정한 재판과 알기 쉬운 판결문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최고법원을 이끌어갈 차기 대법원장으로서 더 없는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추천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던 이 전 후보자에 비해 수월하게 진행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나 이 전 후보자와 달리 조 후보자는 전임 대법관으로 한 차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는 데다가, 대법관 퇴임 후 학계에 몸담아 이해 충돌 소지도 적어서다. 중도 성향이 강하고 실력과 인품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인사청문회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요인이다. 다만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사법행정 경험이 적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의 원칙과 기조는 첫째,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냐. 둘째,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냐. 셋째, 사법부의 수장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냐, 세 가지”라며 “이 기준과 원칙에 부합해야만 임명 동의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후보자 지명에 ‘대통령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비판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