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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가 서울 되면…기초연금 16만원 늘지만 누군가엔 박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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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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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포·구리 등을 서울시로 편입하려는 국민의힘의 뉴시티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에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기도 소속 시나 군이 서울시가 되면 복지에도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이 일부 달라지면서 대상자가 늘고 수령액이 올라간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32만 3180원(최저 3만 2310원)이 나간다. 적어 보이지만 보험료를 32만원씩 10년 부어야 월 33만원의 국민연금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 적지 않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 선정방식이 묘하다. '소득 하위 70%'라고 돼 있다. 소득·재산으로 줄을 세워 70%가 되는 지점의 소득·재산이 기준이 된다. 매년 올라간다.

'뉴시티 프로젝트' 복지에 영향
재산평가 줄어 기초연금 신규 수급
기초수급자도 늘고 생계급여 올라
"소득 환산제 대신 컷오프 도입을"

소득인정액 16만여원 줄어 유리 

서울로 편입되면 재산(공시가격 기준)에 변화가 생긴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을 구한다. 이때 재산에서 일정액(기본재산액)을 공제한다. 대도시(서울·광역시·특례시)는 1억 3500만원을, 김포·구리 같은 중소도시는 8500만원을 빼준다. 두 그룹 간에 5000만원 차이가 난다. 서울의 부동산이 비싸고, 중소도시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이런 차이를 둔다. 5000만원을 월 소득으로 환산하면 16만 6670원이다. 서울로 편입되면 월 소득인정액(이하 소득)이 이만큼 줄어들게 돼 유리해진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올해 기초연금 선정기준선(소득인정액)은 단독가구 202만원(부부 가구 323만 2000원)이다. 가상의 예를 보자. 김포시에 사는 독거노인 김씨의 소득이 203만원이면 탈락이다. 서울시민이 되면 소득이 186만 3330원(203만-16만 6670원)으로 줄어 수급 자격이 생긴다. 다만 32만여원을 다 못 받는다. 소득역전방지 장치 때문에 15만원가량 받게 된다. 부부 가구도 최대 16만원가량 받게 된다. 소득역전방지 장치란 기초연금을 더한 총소득이 선정기준선을 넘지 못하게 감액하는 제도이다. 김포시의 이씨 노인(1인 가구)의 소득은 198만원이다. 선정기준을 충족하지만, 소득역전방지 장치 때문에 4만원(202만-198만원)으로 깎여 받는다. 서울시민이 되면 소득인정액이 181만 3330원(198만-16만6670원)으로 줄어 연금이 약 21만원으로 뛴다.

노인일자리 참여해 29만원 벌게 돼 

 지난해 김포시 노인 인구는 6만 6651명, 기초연금 수급자는 4만1274명이다. 서울시로 편입되면 몇 명이 새로 받고 몇 명이 더 받게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선정기준 경계선에 있으면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되면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휴대전화 요금이 할인된다. 일부 지자체는 노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김포에 사는 강모(60)씨는 "주민들 사이에서 서울 편입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교통난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며 "기초연금이나 노인 일자리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니 고령자에게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비슷하다. 서울로 편입되면 재산이 있는 김포시 거주자의 소득인정액이 19만 7600원 줄어든다. 이 덕분에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사람이 수급자가 되고, 기존 수급자의 생계급여가 올라가게 된다. 기초수급자가 되면 주민세 비과세, TV 수신료 면제, 난방비·문화누리카드 지원, 전기·도시가스·자동차검사·상하수도·종량제폐기물 등의 요금이나 수수료가 감면된다.
 한편으로는 서울 편입이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된다. 김포시나 구리시의 기초연금 수급자가 늘면 다른 지역에서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어서다. 노인의 70%에게 지급하게 돼 있어 대상자가 고정돼 있다. 누군가 새로 들어오면 누군가 밀려나게 된다. 기초수급자는 '순증'해서 문제 될 게 없다. 고양·수원·용인 같은 특례시는 서울과 같이 대도시 그룹에 속해 있어 서울로 편입돼도 기초연금 자격에 변화가 없다. 단 기초수급자는 김포시처럼 유리해진다.

서울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상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상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힘들어 

 이렇게 복잡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재산 때문이다. 선진국은 재산을 이렇게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다. 일정선을 정해 컷오프(Cut off)탈락) 기준으로 쓸 뿐 우리처럼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소득 환산을 하니 기본재산액 공제를 하고, 부동산 가격 차이를 반영하려고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으로 3단계 공제를 한다. 너무나 복잡하다. 또 2015년 이후 부동산이 급등했는데 기본재산 공제액은 그대로이다. 기초생보제는 올해 4단계로 세분화해 단계별 충격을 완화했지만, 근본 문제는 여전하다.
 기초연금 기본재산액 공제에서 서울과 다른 광역시를 같은 그룹으로 잡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도시 간의 부동산 격차가 반영되지 않는 점도 논란거리다. 성남시 분당이나 판교, 과천같이 부동산 가격이 서울의 변두리보다 비싼 데도 기본공제액이 서울보다 낮아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5년마다 기초연금 제도를 재평가하게 돼 있다.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산의 소득 환산 방식, 환산 수준(환산율)이 적정한지, 거주 주택을 포함할지, 지역별 기본재산액 공제 수준이 적정한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권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재산의 소득환산을 없애고 일정 기준을 정해 컷오프 방식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