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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개혁'이라도 고맙다…유족연금 인상, 여성에게 단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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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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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31일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보험료율 인상 목표가 빠져 있어 "맹탕 개혁안" "백지 답안"이라고 비판을 받는다. 이 계획에는 그간 지적받아온 다른 제도 개선안이 들어간다. 유족연금 개선, 일하는 고령자 연금 삭감 폐지가 대표적이다. 유족연금은 특히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
 이번 계획에서 유족연금 지급률을 기본연금액의 40~60%에서 50~60%로 올리기로 했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나 수급자(연금을 받는 사람)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민간보험에 없는 사회연대 제도이다. 일반적인 국민연금을 받거나 장애연금을 받다 숨지면 유족연금이 나온다. 가입 중 사망해도 나온다. 〈그래픽 참조〉

유족연금 개선,삭감 폐지 분석하니
가입기간 짧은 사망자 유족에 혜택
여성 빈곤 감소에 일부 기여할 듯
"이번엔 꼭 법률 개정해 시행해야"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유족연금 수급자의 91%가 여성 

 유족연금 수급자는 6월 기준 96만 818명이다. 91%가 사망자의 배우자이고 여성이다. 여성을 위한 연금이다. 여성 수급자의 84%인 74만명이 60세 이상 고령자이다. 가처분소득 기준 여성 1인 가구 빈곤율은 55.7%로 남성(34.5%)보다 훨씬 높다(보건사회연구원 2022년 빈곤통계). 고령 여성에게 유족연금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은 초라하다. 6월 기준 1인당 평균은 33만 8401원. 2021년 9월 겨우 '30만원 고개'를 넘었다. 전체 평균연금액(약 62만원)의 절반 정도이다. 생애평균소득의 8~12%(소득대체율)만 유족연금이 채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자녀 두 명을 둔 미망인에게 최소 40%를 채울 것을 권고하는데, 한국 수준이 턱없이 낮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유족연금을 손보겠다고 나선 점은 평가할 만하다. 첫째, 지급률을 올리고, 둘째, 가입기간 10년, 19년 경계구간의 충격을 완화했다. 지금은 사망자의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기본연금액(20년 가입으로 간주해 산정한 연금)의 40%, 10년 이상~20년 미만 50%, 20년 이상 60%를 받는다. 정부는 이번에 10년 이하는 50%로 올리기로 했다. 11~19년은 매년 1%p 계단식으로 올라간다. 11년 51%, 12년 52%, 19년 59% 같이 세분된다. 월단위까지 고려해서 비율을 더 세분화할 수도 있다. 지금은 9년 11개월 가입자나 10년 가입자가 한 달 차이로 지급률이 10%p 차이 나지만 앞으로 이런 절벽이 없어진다. 또 10년 1개월 가입자나 19년 11개월 가입자의 연금액이 같은데 앞으로 형평성이 개선된다.
 유족연금 수급자 61%의 가입기간(사망자)이 10년에 못 미친다. 지급률이 40%라서 연금액이 적다. 이번에 50%로 올라간다. 가령 남편이 9년가량 보험료를 내다(가입기간 9년) 숨진다면 아내는 29만 3360원의 유족연금을 받는다. 기본연금액(73만 3400원)의 40%이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가면 36만6700원으로 7만원 정도 올라간다. 만약 남편이 19년 정도 보험료를 냈다고 가정하면 36만 6700원에서 43만 2700원으로 오른다.

중복연금 삭감 완화 반영 안 돼 

 유족연금은 19세 이하의 손자녀가 받을 때도 있는데 앞으로 연령기준이 25세 이하로 확대된다. 이번에 아쉬운 대목도 있다. 연금을 받던 중 유족연금이 생기면 유족연금의 30%만 받는다(중복연금 조정). 전문가들이 50%로 올리자고 제안했는데, 반영하지 않았다. 지급률 인상보다 덜 급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번에 유족연금을 일부 손보기로 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박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독일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만기 가입(우리는 20년 가입) 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연금액의 55%를 유족에게 지급한다. 본인 연금과 유족연금이 겹쳐도 유족연금을 다 지급하며 두 연금의 합계가 상한액이 넘을 때만 감액한다. 우리보다 상당히 후하다.

"소득있다고 왜 연금 깎느냐" 불만 해소될 듯 

 이번에 일하는 고령자의 연금 삭감을 없애기로 한 점도 고령자 근로 촉진 차원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퇴 후에 안 쉬고 일을 해서 돈을 버는데, 왜 관계도 없는 국민연금을 깎느냐"는 불만이 점점 커지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연금 수급자의 소득이 전체 가입자 3년 평균소득(A값)인 286만원(근로소득 공제 전 387만원)을 초과하면 국민연금을 최대 50% 삭감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만 8000명의 국민연금 1906억원 삭감됐다. 초과액이 100만원 안 되는 사람이 47.6%이며 초과액의 5%가 삭감됐다. 초과 소득이 60만원이면 3만원 깎인다. 101만~200만원이 20.6%이며 10%를 삭감한다. 초과 소득이 적은 구간에 68%가 몰려 있다. 두 구간의 월평균 1인당 삭감액이 3만 2000원이다.
 삭감 이유는 한 사람에게 소득이 집중되는 걸 막자는 건데, 국민연금액이나 근로소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재정 절감액도 그리 크지 않아 불신을 심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프랑스 등 연금 선진국도 권한 침해, 노인 경제활동 저해라는 비판이 일면서 폐지(축소)하는 추세다. 유족연금 개선, 국민연금 삭감 폐지는 민주당 의원들도 법률 개선안을 여럿 제출했다. 여야에 이견이 거의 없다. 정부가 5년마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넣기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라질까.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