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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김포구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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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모란 사회부 기자

최모란 사회부 기자

“어이가 없죠. 뒤통수를 맞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요.”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서울 편입’에 대해 묻자 경기 북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한숨의 배경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도)’가 있다.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누는 내용의 ‘북도 설치’는 1987년 제13대 대선 이후 각종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공약. 역대 경기지사들의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정책을 지난해 7월 취임한 김동연 경기지사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공론화됐다.

9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주민 투표를 건의하는 김동연 지사와 염종현 도의회의장. [사진 경기도]

9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주민 투표를 건의하는 김동연 지사와 염종현 도의회의장. [사진 경기도]

하지만 “서울 근접 도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여당 대표의 말이 더 강력했다. 경기도 전역이 들썩였다. 남부와 북부 소속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김포시는 물론 북도를 강력하게 주장하던 구리시마저 서울 편입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던 북부 유일의 100만 인구 특례시인 고양시까지 “수도권 전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 재편 논의는 의미가 있다”며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남·광명·안양시 등에선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서울 편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포와 구리·고양시의 변심에 북도 추진에 앞장섰던 양주·파주·포천·의정부·남양주·동두천시와 가평·연천군 등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양시를 제외한 9개 시·군 단체장이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북도 설립’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각 시·군의회는 물론 경기도의회와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북도 설립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는 지난 9월 행정안전부에 북도 설립에 대한 주민투표를 공식 건의한 상황. 북도 설립에 대한 여론의 불을 지펴야 하는 시점에서 ‘서울 편입’이라는 찬물이 퍼부어진 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북부 주민들이 잘사는 도시를 만들자’며 경기도와 각 시장·군수들이 여야를 떠나 의기투합했는데 이탈하는 지자체가 나오면서 술렁이는 분위기”라며 “서울 편입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경기북도는 추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서울 편입으로 시(市)가 구(區)가 되면 재정 규모는 물론, 지자체 권한과 농어촌자녀 대입 특별전형 등 시민 혜택이 축소되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보수 성향의 임태희 경기교육감도 각각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쇼” “후다닥(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경기도 여론조사도 도민 66.3%가 서울 편입에 반대했다.

그렇다고 서울 편입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치가 아닌 지역 주민과 지역 경쟁력 향상 등을 염두에 두고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