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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이원석·검사 넷 탄핵” 거야의 끝모를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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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더불어민주당이 이정섭·손준성 두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강행 외에 추가로 검사 2명을 탄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이른바 ‘김건희 여사 보위 검사’로 규정한 검사에 대한 탄핵 여부도 논의한다. 검사 무더기 탄핵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168석 거야의 습관성 탄핵”이란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총선과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동시에 겨냥한 다목적 검찰 흔들기라는 시각도 있다.

1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검사범죄대응태스크포스(TF)는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탄핵안 재발의 외에도 당초 보류했던 임홍석 창원지검 검사와 이희동 대검 공공수사기획관까지 총 4건의 검사 탄핵안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청탁금지법 위반과 라임사건 접대, 고발사주 의혹 등을 문제삼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이정섭·손준성 두 검사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한꺼번에 국회 본회의에 냈다가 표결이 불발될 상황이 되자 하루 만에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라고 공개 반발했다.

TF 소속 민형배 의원은 중앙일보에 “당초 TF에서 검사 4명을 탄핵하기로 결론냈고 의원총회 동의도 얻었는데 의총에서 ‘2명만 먼저 올리자’는 절충 의견이 나와 이를 따랐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탄핵이 안 됐으니 이번엔 4명을 한번에 처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 처가 범죄 보위검사’로 규정하면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김영철 대검 반부패1과장과 이정화 수원지검 형사5부장도 추가 탄핵 대상으로 거론된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매수 의혹과 김 여사 오빠의 범죄 혐의를 축소 적용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인데, 검찰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표 측 관계자는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총장 탄핵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범죄대응TF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범죄 검사에 대해 탄핵을 추진할 것이며 이번에 발의한 검사 외에도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민주당은 검사도 잘못하면 처벌받고 징계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상식을 실현시키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후지게 법무장관해” 한동훈 “위헌정당 청구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열린 대장동·성남FC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열린 대장동·성남FC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검사 탄핵안에 ‘방탄 탄핵’이라고 반발한 이원석 검찰총장을 겨냥해 “경거망동의 행동에 국민의 대표로서 준엄하게 경고한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문제 된 검사들에 대해 즉시 징계절차에 착수하기 바란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이 총장을 해임하거나 적어도 공개 경고라도 하기 바란다”며 해임과 경고를 공개 거론하기도 했다.

이 총장과 대검찰청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총장은 대신 점심시간을 이용해 간부들과 서울대병원을 찾아 뇌출혈로 투병 중인 서울고검 검사를 병문안하고 가족을 위로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공식적으론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검사 무더기 탄핵’이 민주당에서 관철될 가능성은 작지 않다. 지난 9일 의총에서도 탄핵안이 1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당론으로 채택됐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당시 홍 원내대표는 탄핵안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는데, 막상 의총이 시작되니 ‘어’ 하는 순간 순식간에 탄핵을 추진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재선 의원도 “요즘 민주당 의총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여서 흐름 제어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마치 그쪽(친명계)이 한풀이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을 좌우할 수 있는 권리당원이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총선을 앞둔 현역들에겐 압박 요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날 법무부-국제형사재판소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날 법무부-국제형사재판소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무더기 검사 탄핵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민주당이 제시한 사유만으로는 곧장 직무를 정지할 만한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데도 탄핵소추를 남발하는 건 단지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막말성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후지게 정치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후지게 법무부 장관을 하고, 수사도 후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엔 “어이없는 ○○(이)네, 정치를 누가 후지게 만들어”(민형배 의원), “한동훈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금수(禽獸·짐승)의 입으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물 것”(김용민 의원) 등의 글이 한 장관 관련 기사와 함께 올라왔다.

무더기 검사 탄핵과 관련해 한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은 이제 하루에 한 명씩 탄핵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어차피 민주당은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총선 이후에 기각될 테니 남는 장사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 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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