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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슬기가 소리내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폭 줄이고 소득대체율을 36%로 낮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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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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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재정계산위가 지난 9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 중심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공개했지만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대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구체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국민연금 재정계산위가 지난 9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 중심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공개했지만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대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구체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한 달에 30만원씩 30년간 보험료를 납입하면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90만원씩 주는 금융상품이 있다고 하자. 당신은 가입하겠는가. 이 상품의 수익비가 얼마나 될지 추정한 연구가 있다. 2020년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30년간 보험료를 납입한 1965년생 남성은 자신이 그동안 납입했던 것보다 평균 3배는 돌려받는다고 한다. 그 사이 소득 보장 수준이 점차 낮아져서 1980년생은 2.65배를, 1995년생은 2.48배를 돌려받는다. 이렇게 좋은 금융상품이 또 있을까. 국민연금 이야기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은 팽배해 있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서 그렇다.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돌려받는 것이, 자기 차례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마르지 않는 보물단지라는 ‘화수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2배가 넘는 수익이 가능할까. 지금까지는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돌려받는 사람 수가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1983년에 태어난 세대부터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인구 규모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2002년에 시작된 초저출산 시대에는 부모 세대 대비 자녀 세대의 규모가 3분의 2밖에 되지 않았다. 2018년부터는 급기야 합계출산율이 1.0보다 낮아졌다. 지금 태어나는 자녀 세대는 그들 부모 세대의 절반 규모도 되지 않는다.

인구구조가 역삼각형 형태로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국민연금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수익비는 조정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를 올리거나 돌려받는 금액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보험료 인상에 대한 논의만 있고 소득대체율 인하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이다.
국민의 노후보장 역할을 하면서도 당면한 노인 빈곤 문제를 완화하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이라는 미래상에 필자는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상상력의 범위를 더 넓혀 답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보험료 인상 최소화로 근로 계층의 소비 여력 보전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2028년까지 40%까지 하향하기로 한 명목 소득대체율을 36%로 추가 하향 조정하자. 하향 속도도 한해 0.5%포인트씩이 아니라, 두 배로 빨리 진행하자. 개혁을 늦추게 되면 그만큼 다음 세대 부담이 커진다. 대신에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하자. 이는 노동시장에 있는 세대의 소비 여력을 보전하는 효과도 있다.

노후에 돌려받는 금액이 지금 내는 것만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몇 가지 지점에서 근거가 있다. 노후에 소득이 있는 일을 하면 연금이 감액된다.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에 평균보다 높은 소득자들은 수익비가 그만큼 악화한다. 저소득층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연계되어 있어서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이기도 한다.

노령연금 감액 제도는 내년부터 없어진다고 한다. 환영한다. 고령층의 근로의욕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 연계도 제거하고 소득재분배 기능도 빼자.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은 기초연금에 맡기자. 누구든 보험료 낸 것보다는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노인 빈곤은 기초연금 강화로 대처

노인 빈곤 문제는 국민연금을 통해 장기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기보다는 당면한 과제이다. 지금 빈곤 속에서 허덕이는 고령층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위치했거나, 설사 가입했더라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고 납입금액도 얼마 되지 않는다. 소득대체율을 조정한다고 이들의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기초연금 지원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하되, 지원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노인 빈곤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사실 노령연금액수가 턱없이 작아 보이는 것은 낮은 소득대체율보다 납입 기간이 짧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지난해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국민연금 전문가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신규 수증자 평균가입 기간은 18.6년에 불과했고 실질소득대체율은 24.2%에 불과했다.

비록 명목 소득대체율은 낮추더라도 납입 기간 연장을 통해 실질 소득대체율은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기부터 연금 수령 시기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이 기본이다. 동시에 직접적인 국가 재정 지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당할 청년 세대에 초점을 맞추자.

출산·양육 크레딧 확대하고 재정 지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입한 것으로 인정하는 출산크레딧과 양육크레딧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군복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면 의무복무 기간도 모두 병역크레딧으로 인정해주는 게 맞다. 지금은 아이 한 명당 부모 합쳐서 출산크레딧 1년이 주어진다. 이를 아빠, 엄마 각각 1년씩으로 늘리자. 육아 휴직 기간에는 육아크레딧을 지원해 주자. 아이 둘을 가진 아빠가 6개월씩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면 병역크레딧까지 합쳐서 4.5년의 납입 기간을 추가로 얻게 된다(출산크레딧 1년 두 차례 + 육아크레딧 반년 두 차례 + 병역크레딧 1.5년). 아이 둘을 가진 엄마가 일 년씩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면 4년의 납입 기간을 추가로 얻게 된다. 지금보다 납입 기간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면 실질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청년층 실질 소득대체율 높여야  

이미 국민연금 개혁이 늦어지면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지금이라도 명목 소득대체율 인하를 포함한 수익비 조정이라는 개혁이 필요하다. 이번에 제대로 개혁할 수 있다면 청년 세대가 국민연금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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