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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서 빼고, 여권 만들자"…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관리 시동

중앙일보

입력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앞줄 왼쪽 세 번째)과 박진원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14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 전달식'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앞줄 왼쪽 세 번째)과 박진원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14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 전달식'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전기차 배터리에 다양한 이력 정보를 통합적으로 담는 '여권' 제도가 추진된다. 사용후 배터리를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재제조·재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분류하는 방안에도 속도가 붙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배터리 얼라이언스'로부터 이러한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과 관련 법률안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국내 배터리 3사, 현대차 등 24개 업체·기관이 참여하는 민간 중심의 배터리 산업 협의체다. 지난 1년간 20여 차례 논의를 거쳐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제도 틀을 갖추고 법제화에도 시동을 건 셈이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이번 업계안은 민간 주도로 만들어져 현장의 목소리와 시장 상황을 생생히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사용후 배터리 양은 2020년 600개 수준에서 2030년 2만개 이상으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도 2030년까지 사용후 배터리 거래가 연평균 5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산업화 속도는 선진국보다 다소 더딘 편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현재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일반 폐기물로 분류되는 사용후 배터리를 ’전기차에서 분리돼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로 새로 정의했다. 셀 일부를 수리·교체한 뒤 자동차에 다시 탑재하거나,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바꿔서 쓸 수 있는 경제성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는 7~8년간 사용해도 70~80% 수준의 성능이 남아있어 활용 가능성이 큰 편이다.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후 배터리. 뉴시스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후 배터리. 뉴시스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이른바 '배터리 여권 제도'(통합이력관리시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배터리 취급·유통 사업자들이 전 주기에 걸친 배터리 이력을 통합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가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고, 운행 중 어떻게 사용됐는지, 사용 후 어떻게 거래됐는지, 성능·안전 점검 결과가 어땠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연합(EU) CRMA(핵심원자재법) 등 외국에서 추진 중인 공급망 정책에도 부합할 수 있다.

또한 민간의 자유로운 사용후 배터리 시장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신 탈거·판매·활용 등 3단계에 맞춰 사업자를 구분하고 자격 요건을 설정하는 사업자 등록제도를 제안했다. 사용후 배터리 거래 결과는 모두 정부 시스템에 등록하고, 공정 거래 준수 가이드라인도 제정하기로 했다. 그밖엔 품질 확보를 위해 '활용전 검사-제품 안전 검사-사후 검사' 같은 3단계 안전검사 도입도 내세웠다.

산업부는 업계 건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용후 배터리 관리 법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사용후 배터리 관리 입법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기존 법체계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가 만드는 제도와도 충돌이 없어야 한다. 제도가 복잡한 만큼 다음 국회까지 조항별로 정부 내 합의를 이뤄 입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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