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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뉴욕타임스가 우려한 한국의 ‘가짜뉴스 척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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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뉴욕타임스 13일자 인터내셔널판 1면. 한국의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1면 오른쪽에 게재했다. 기사는 2면까지 이어진다.

뉴욕타임스 13일자 인터내셔널판 1면. 한국의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1면 오른쪽에 게재했다. 기사는 2면까지 이어진다.

언론사 압수수색 등 거론, “민주화 이후 이런 경우 없어”

NYT 회장 “가짜뉴스는 음흉한 표현”…취재의 위축 우려

뉴욕타임스(NYT)가 신문 1면에 이례적으로 한국의 언론 상황 뉴스를 실었다. 13일자 인터내셔널판 1면 ‘서울이 검열 우려 속에 가짜뉴스를 정조준하다(Seoul targets ‘fake news’ amid fears of censorship)’란 제목의 기사였다. 한국의 언론 자유 위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주된 내용이었다.

NYT는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 검찰의 뉴스타파를 비롯한 언론사 기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을 전하며 “한국이 민주화한 이후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전직 검사였던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disinfomation)를 단속하기 위해 언론사에 대한 소송과 국가적 규제, 범죄 수사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다.

NYT는 뉴스타파 기사에 대해 “사형에 처할 반역죄”라고 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과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보도 논란 이후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 등도 언급했다. 이어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을 정부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의 우려를 전했다. 결과적으론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송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켜 심의를 시작한 상태다.

사실을 고의로 조작·왜곡하는 가짜뉴스는 당연히 근절돼야 할 범죄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마다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고 고소·고발과 압수수색을 남발하면 정상적인 취재 활동은 당연히 위축된다. 지난달 방한한 뉴욕타임스 아서 슐츠버거 회장은 서울대 강연에서 가짜뉴스란 용어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가짜뉴스의 역사를 나치 독일과 스탈린의 소련 등 권위주의 독재정권에서 찾으며 ‘굉장히 음흉한(insidious)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며 논란이 커졌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다.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권력의 부패를 막는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있었다. 뉴욕타임스도 이번 기사에서 “진보 야당도 집권 때는 가짜뉴스를 공공의 적이라 부르며 막대한 재정적 처벌이 가능한 법안을 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언론중재법을 거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에서 NYT 기사를 언급하며 “국회가 통과시킨 방송3법은 윤석열 정권의 그릇된 언론관을 바로잡고 언론 자유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방송3법 또한 야당에 유리한 방송 환경을 만들려는 꼼수란 지적을 받고 있을 뿐이다. 여야 모두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