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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직자들 불법 돈벌이 수단 전락한 태양광 사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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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최재혁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최재혁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 한전 직원 등 수백 명 적발…공무원도 유착

문 정부 청와대는 신재생에너지 부작용 축소 시도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태양광 발전사업 실태를 감사한 결과 태양광으로 불법 돈벌이를 한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 수백 명이 적발됐다. 한국전력 임직원의 배우자나 자녀 등이 신고 없이 사업한 경우가 182명에 달했고, 이 중 47명은 가족 명의를 빌려 직원 본인이 운영한 사례였다. 한 대리급 직원은 가족 명의로 발전소 6곳을 운영하면서 내부 정보로 유리한 부지를 선점하는 등의 방식으로 8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산업부가 소형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는 농업인에게 우대 혜택을 주는 사업에서도 불·탈법 사례가 속출했다.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 2만3994명 중 44%는 제도가 시작된 후 급하게 농업인 자격을 갖추었다. 심지어 농업 경영체 등록 업무를 맡은 직원이 본인을 ‘셀프 등록’하고 혜택을 봤다. 군산시에선 시장의 고교 동문이 1270억원 규모의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업체 대표이사로 선발됐는데, 이 사람은 안경점을 운영하며 시장 선거운동을 도왔을 뿐 관련 경력이 전혀 없었다. 군산시는 면접 심사의 추천 배수를 늘리는 무리수를 써가며 해당 자리를 준 사실이 감사 결과 밝혀졌다. 산업부 공무원도 지인의 부탁을 받고 고시 동기인 담당 과장을 통해 지자체의 용도변경을 위한 유권해석 공문을 내주었다. 이 공무원은 이후 해당 업체 대표이사로 재취업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못 해먹은 사람이 바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비리의 근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다.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문 정부의 목표가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목표치만 높였을 뿐 정작 에너지 보급을 위한 인프라 대책은 부실했고, 사업만 막무가내로 벌이다 보니 비리의 온상이 돼버렸다.

특히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 청와대는 산업부로 하여금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더라도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10.9%만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전망을 발표하게 했다. 탈원전 기조하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면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오를 수 있음을 산업부가 알았지만, 신재생 발전 단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계산을 바꾸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전은 감사 결과에 따라 비리 의혹이 있는 직원들을 조사해 승진 제한 등의 불이익과 해임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징계 등은 물론이고 자료 조작을 지시한 문 정부 인사들에 대해서도 수사 등을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 원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요지경이 반복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