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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 ‘맞춤형 억제 전략’ 개정…강건한 북핵 방어막 되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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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원식 국방부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하고 '2023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하고 '2023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 핵무기 사용 시 미국 핵 등 모든 범주로 보복”

양국 국방장관 18개 항 합의, 행동·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미가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문서인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10년 만에 개정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어제 서울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개정된 TDS를 승인했다. 양국 장관이 서명한 TDS의 구체적인 내용은 작전 내용이 담겨 있는 군사기밀이어서 공개되지 않았다. 단, 북한의 모든 핵·대량살상무기 사용 시나리오에 대비해 미국의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반영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지난 10년간 북한의 고도화한 핵 능력을 반영하면서,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핵으로 반격한다는 내용이 빠져 있다는 지적을 이번에 담아 보완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측의 재래식 전력 지원, 즉 북한의 선제 핵 공격에 대한 한·미 공동작전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유사시 미국의 핵우산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미 국방장관은 회담 뒤 23개 분야의 현안을 18개 항으로 정리해 1만2000여 자에 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두 장관들은 한·미 동맹 100주년을 준비하는 청사진을 담은 별도의 한·미 동맹 국방 비전에도 서명했다.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 억제,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동맹으로 발전, 한·미 동맹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등이 핵심 내용이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맹이라는 양국 관계자의 평가대로 어제 합의대로만 된다면 동맹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미 국방장관이 동시에 “핵을 사용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언급했다는 점 역시 북한 당국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양국의 합의를 작전에 반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신 장관은 “작전적 수준으로 구체화하면서 확장 억제 실행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 역시 “다음 행정부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내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거나 2018년처럼 북·미 관계가 급진전할 경우에도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핵 우산 공고화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다시 강조한 건 거꾸로 한국의 핵 개발이나 핵 보유는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한 때문이다. A4용지 12장에 달하는 이날 공동성명이 진정 빛을 발하는 순간은 실제적인 북핵 억제라는 결과로 이어질 때다. 양국의 국방 당국이 서말의 구슬을 보배로 잘 꿰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