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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8%대 넘보던 은행권 주담대 금리 상승세 주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연 8%대를 넘보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모양새다. 미국의 긴축 완화 시그널에 최근 시장 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발맞춰 금리를 올리던 시중은행이 다시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 등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3~6.25%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일주일 전인 지난 6일 연 4.21~5.61%에서 연 4.13~5.53%로 상·하단이 0.08%포인트씩 내렸고, 신한은행도 연 4.96~6.26%에서 연 4.77~6.07%로 0.19%포인트씩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연 4.26~5.26%에서 연 4.13~5.13%로, 우리은행 금리도 연 4.69~5.89%에서 연 4.51~5.71%로 내려앉았다. 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 금리는 연 4.77~6.47%에서 4.55~6.25%로 상·하단이 각각 0.22%포인트씩 깎였다. 지난달 시중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식으로 금리를 밀어 올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우선은 주담대 고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13일 기준 4.489%를 기록했다. 지난 6일 4.523%보다 내려갔고, 연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26일(4.810%)에 비해선 0.321%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채 5년물이 다소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주담대 고정 금리는 다음 주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시중 은행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조이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고금리 예·적금 유치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푼 것도 채권 시장에서 은행채 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채권은 공급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내려가는데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이 하락할수록 올라간다.

주담대 변동 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 금리는 연 4.58~6.56%로 지난 6일(4.28~6.26)보다 상·하단이 0.3%포인트씩 상승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가 상승한 영향이다. 지난달 16일 공시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3.82%)는 은행권의 수신경쟁 심화로 전월보다 0.16%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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