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시장 개척자”…일본 포럼서 신격호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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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故) 신격호

고(故) 신격호

한·일 두 나라에서 식품·유통·화학 등에 걸쳐 글로벌 기업을 일군 고(故) 신격호(1921~2020·사진) 롯데그룹 창업주에 대해 ‘경계를 허문 현장형 기업인’이라는 일본 학계의 평가가 나왔다.

롯데그룹은 지난 11일 일본 오사카 기업가박물관에서 ‘기업가연구포럼’이 주관해 ‘경계 없는 시장 개척자, 롯데 신격호’라는 주제로 특별 강좌가 열렸다고 13일 밝혔다. 기업가연구포럼은 2002년 오사카 상공회의소가 설립한 단체로 기업·기업인 성공 사례, 인재 육성, 경영 조직 등을 주로 연구한다.

백인수 오사카경제대학 교수는 이날 신격호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조명하면서 “스스로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혁신적 사고를 펼쳤던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주요 분야 전문가를 채용해 의견을 경청하면서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설명이다.

신격호 창업주는 1950년 일본 도쿄 신주쿠구에 껌 공장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롯데는 상사·부동산·전자·광고 분야로 사업을 넓혀 일본에서 10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1966년 한국에 진출해 식품·유통·호텔·화학 등을 중심으로 재계 5위까지 올려놓았다.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등 랜드마크 건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백인수 교수는 1990년대 롯데월드타워를 추진하던 신 창업주가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오쿠노 쇼를 초청해 이집트 피라미드를 방문한 사례를 제시했다. 백 교수는 “(롯데월드타워의) 벤치마킹 대상이 미국 뉴욕의 록펠러 같은 유명 전망대가 아닌 인류의 건축 유산이었던 것”이라며 “(신 창업주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시공의 경계를 넘어서는 혜안과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신 창업주가 현대 기업인에게 주는 시사점도 공유됐다. 현재의 주력 사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꾸준히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미래를 준비하는 ‘양손잡이 경영’, 서로 다른 사업 분야나 전공자를 조합해 전혀 새로운 조직을 창조하는 ‘크로스오버 경영’, 자신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 활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오케스트라 경영’, 고객과 다음 세대의 행복을 최우선 경영 가치로 삼는 ‘퍼포스(Purpose) 경영’ 등이다.

이날 행사는 기업가연구포럼 소속 기업인, 칸사이대학·오사카경제대 교수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90여 분간 진행됐다. 요시히로 에시마 기업가연구포럼 부회장은 “사업 과정에서 직면하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경영자 성공의 관건”이라며 “그 원동력이 기업가정신이다. 신 창업주 히스토리가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큰 배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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