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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대 통영 굴·멍게 산업화, ‘장사의 신’ 백종원이 돕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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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1월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 위판장에 경매에 오른 굴을 살펴보는 사람들. [연합뉴스]

지난 1월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 위판장에 경매에 오른 굴을 살펴보는 사람들. [연합뉴스]

경남 통영은 ‘수산물 1번지’로 불린다. 연간 수산물 생산량이 25만t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0억원 상당이다. 굴과 멍게·멸치·양식 활어 등은 국내 유통량의 50~80%가 통영산이다.

하지만 가공을 거쳐 식품화하는 양은 9500t(3.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단순 냉동품(9240t)이다. 통영 수산업계의 한계로 별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이른바 ‘저부가 자원의존형’ 산업에 머물고 있다. 계절에 따라 출하량도 들쭉날쭉하다.

반면 소비자는 조리가 간편하고 종류가 다양한 간편식을 찾는 추세다.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비대면 사회를 앞당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가정 간편식 시장은 급성장했다.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섰다. 단순 냉동 유통이 아닌 여러 가공을 거친 ‘고부가 기술의존형’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인력과 장비, 정보나 투자 여력이 부족한 지역 내 중소 수산업체 입장에선 식품산업화를 이루기란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통영시는 ‘경남 수산식품산업 클러스터’ 구축 사업을 꺼냈다. 수산물 산업을 한 곳에 집약해 맞춤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인 발굴부터 육성, 기업 지원, 연구·개발 지원, 수산식품 가공·생산 홍보·마케팅까지 전 분야다.

13일 통영시에 따르면 사업 예정지는 도산면 법송리다. 국·도·시비 등 822억원의 예산을 투입, 연면적 1만4802㎡ 규모로 추진한다. 기업지원센터(1동)와 공유형 가공플랫폼(1동), 임대공장(2동) 등이 이곳에 들어서게 된다. 2028년 준공 예정으로 국비 지원은 확정되지 않았다.

통영시는 클러스터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5월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업체 ㈜더본코리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994년 설립한 더본코리아는 새마을식당과 한신포차, 홍콩반점, 빽다방 등 20여 개의 브랜드, 2700여 직·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외식업 경영 전문가 백종원씨가 회사 대표다. 시는 클러스터 내 기업지원센터에 더본코리아 외식산업개발센터를 유치할 계획이다. 더본코리아는 통영시의 요청으로 클러스터 건립 부지와 재래시장 등을 미리 둘러봤다.

통영시는 클러스터를 통해 지역 수산업체가 신제품을 개발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등 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데 목표로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 창업을 촉진하고, 수산식품의 외식산업화도 이뤄내겠다는 게 통영시의 구상이다. 이 사업이 완성되면 로컬푸드 관광상품화와 전통시장 활성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영시 관계자는 “세대가 바뀌면서 본래의 수산물만으로는 소비가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더본코리아 등 노하우 갖춘 기업이 참여한 클러스터를 통해 지역 수산업체가 가공·유통에서도 역량 강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싱싱한 우리 수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요리도 개발, 청년들이 전통시장에서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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