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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이 커진 美저소득층…임금 덜 오르니 '소비 붐' 꺾일 걱정

중앙일보

입력

최근 냉각 조짐을 보이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세가 특히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던 '소비 붐(Boom)'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의 한 식료품점에서 고객이 달걀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의 한 식료품점에서 고객이 달걀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임금 상승이 전반적으로 느려지고 있으며,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추세가 두드러진다"고 짚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임금 하위 25%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지난달 5.9%를 기록했다. 올 1월(7.2%)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의 12개월 평균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0.5%포인트(6.3%→5.8%) 낮아지는 데 그쳤다.

저임금 노동 공급이 고용시장에 많아지면서 임금 상승 폭이 둔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정부 지원금과 세제 혜택 등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주머니를 채우면서 취업에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이었다. 모아둔 돈이 최근 바닥을 보이자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동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효과로 임금 상승이 둔화한 측면도 있다.

소비력이 줄어든 미국인들은 일상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카드 대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2조 달러(약 2650조원)에 달했던 미국인들의 초과 저축이 줄어들면서다. 최근 뉴욕 연은에 따르면 올 3분기 총 신용카드 부채는 전 분기보다 4.6% 늘어난 1조800억 달러(약 1410조원)를 기록했다. 2003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수준이다.

향후 미국의 경미한 경기 침체에도 저임금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엘리스 굴드 미국 좌파경제정책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임금 노동자는 부의 쿠션(완충 장치)을 가졌을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밥 슈워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저소득 가구는 소득과 대출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할 것"이라며 "완충력이 적기 때문에 지출이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에서 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9월 말 기준 미결제 부채의 약 3%가 연체 단계에 있으며, 이는 전 분기(2.7%)보다 높아진 수치다.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가계의 부담이 커지면 미 경제를 지탱하던 탄탄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임금이 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 그나마 저임금 근로자들의 구매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은 노동시장의 추이와 함께 미국 물가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일 "(미국의) 더 강한 성장이 노동시장 수급 밸런스 회복, 인플레이션 하락의 추가 진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오는 14일 발표된다. 시장은 지난달 CPI가 전년 대비 3.3% 올라 9월(3.7%)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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