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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제조업 공급지수 -4.1%, 5년 만에 최대폭 감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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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05면

얼어붙은 내수시장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3분기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1년 전보다 4% 이상 줄었다. 세계적으로 소비가 쪼그라들던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4.1%로, 2020년 2분기(-5.5%)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2018년 이후 5년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로 출하됐거나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제조업 제품의 공급액을 지수화한 지표로, 이 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건 내수시장이 위축됐다는 뜻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구체적으로 3분기 국산 제품 공급은 1.6% 줄었고, 수입 제품 공급은 9.2% 감소했다. 수입 감소 폭은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다. 내수시장 위축으로 제품 수입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든 영향이다. 업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 등 기타운송장비 공급만 증가했을 뿐 전자·통신업, 기계장비, 식료품 공급은 모두 감소했다. 전방위적으로 제품 수요가 줄었다는 뜻이다. 3분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지난해 4분기 감소로 전환한 이후 감소 폭을 늘려가며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내수 침체는 민간소비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증가하긴 했으나 7월(-3.2%), 8월(-0.3%)로 감소세를 이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미미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소매판매는 7월(-1.7%), 8월(-4.7%), 9월(-1.9%)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1% 증가하면서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는 16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하면서 정부의 수출 ‘상저하고’ 전망이 현실화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민간소비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소비심리도 다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올해 초엔 수출이 둔화한 상황에서 내수가 경기를 받쳐왔지만 이젠 정반대가 된 것이다.

고물가에 이어 덮친 고금리 충격이 국내 소비를 위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월 1.2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1월 3.5%까지 가파르게 오른 뒤 10개월째 유지 중이다. 이 여파로 가계의 이자지출 증가율은 지난 2분기 42.4%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42.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가계 이자지출이 늘어나면서 처분가능소득은 감소했다. 물건을 사는데 쓸 수 있는 돈이 줄었다는 의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초까진 고물가가 가계소비를 위축하는 영향이 컸다면 지금은 고금리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수출도 플러스 전환했다곤 하지만 회복세가 빠르진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내려가는 게 아니고선 내수가 회복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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