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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어힛~!” 500명이 내뱉는 소리 … 부산 여행 끝판왕 이곳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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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16면

74세 기장 ‘출항해녀’ 김정자씨

부산 기장군 연화리 신암어촌계 해녀회장인 김정자 어머니가 지난달 25일 물질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도 해녀학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부산 기장군 연화리 신암어촌계 해녀회장인 김정자 어머니가 지난달 25일 물질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도 해녀학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휘이어힛~!”

단어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묘한 소리다. 김정자(74) 어머니는 물에서 올라오며 해녀 특유의 숨비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또 물질에 들어갔다. 두둥실 물에 뜬 테왁(부력을 이용해 헤엄을 칠 수 있도록 하는 도구) 옆으로 오리발이 하늘로 치솟았다. 지난달 25일 부산 기장군 연화리 신암마을 앞바다. 정자 어머니를 비롯한 8명의 해녀는 숨비소리를 계속 터뜨렸다.

이들은 ‘기장 출항해녀(出航海女) 2세대’로 자신을 부른다. 출항해녀? 2세대? 해녀가 등장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영화 ‘밀수’가 뜬 데다가, 이런 궁금함이 겹쳐 정자 어머니와 만났다. 우리나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12월 1일)된 지 만 7년이 되기 직전이기도 했다. 바다는 잔잔했다.
“거칠게 살아왔지. 풍랑처럼. 우리 출항해녀들 삶이 그래.”

바닷바람과 바닷물, 그리고 이날처럼 따가운 햇볕에 70여 년을 건조·염장·가열살균돼 굴곡을 이룬 주름은 그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부산 해녀 호칭은 대개 ‘어머니’다. 정자 어머니는 우렁차게 말했다. 사자후(獅子吼)였다.

목소리가 큽니다.
“바다에서 살다 보니 커진 것 같아. 몸집도 크지. 봐라. 날 물곰, 킹콩이라고도 부른다. 간도 크지. 바다를 무서워 한 적이 없어. 푸근해.”

1세대 해녀들이 남긴 유산 보존해야

출항해녀 뜻도 궁금하지만 2세대라뇨.
“제주에서 육지로 넘어온 해녀가 출항해녀야. 대부분 혈혈단신이었어. 출항해녀는 부산, 그것도 기장군이 가장 많다. 1세대 출항해녀 우리 어머니 한철녀가 제주 성산읍 출신이야.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이짝(부산)으로 왔다가 가을바람 불 때 가족이 있는 저짝(제주)으로 돌아갔지. 그러다가 여기 기장으로 왔어. 부산은 출항해녀의 육지 기착점이야. 1세대 어머니들은 보리하고 조를 섞어 밥을 하고, 고무통에 된장을 풀어 성게를 넣었다가 뺐다가 하며 국을 만들어 먹었어. 반찬은 오래된 콩잎. 그게 1세대 출향해녀들의 삶이었어. 가족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려고 엄마에게 물질을 배웠는데 평생 직업이 됐네. 엄마는 엄마 이전에 스승이었지. 그렇게 출항해녀 2세대가 된 거야.”

심현호 기장문화원 상임연구원의 말을 빌리면 “19세기 말부터 제주 해녀들은 부산은 물론 일본과 중국까지 진출해 ‘바깥(배꼇) 물질’이라는 외부 어잠(漁潛) 활동을 해왔는데, 1960년대 들어 바깥물질이 줄면서 아예 제주를 떠나 육지에 정착한 이들이 출항해녀”다. 심 연구사는 바깥물질 감소의 이유로 각 지역 어촌계의 독립성 확대와 수산업법에 의한 어촌계별 채취권 부여를 들었다. 정자 어머니의 말대로, 기장군에는 2023년 6월 기준 507명의 해녀가 물질하고 있다. 부산 전체 659명(미신고 제외 땐 646명)의 77%다. 기장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 어패류가 번성하는 조경수역이다. 1세대 출항해녀들이 이를 알았을까.

부산 기장군 연화리 서암마을 앞 바다에서 한 해녀가 오랑대(오른쪽 앞 바위 위 사당)을 배경으로 물질을 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부산 기장군 연화리 서암마을 앞 바다에서 한 해녀가 오랑대(오른쪽 앞 바위 위 사당)을 배경으로 물질을 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힘들지 않은가요.
“평소에는 걷는 것도 힘들다(웃음). 그런데 물에 들어갈 때면 이상하게 힘이 난다. 우린 몸으로 산다. 당당한 직업인이다. 이 직업은 노력하는 만큼 번다. 떳떳하다. 정년도 없잖아. 잠깐만 비켜봐. 이것 좀….”

그는 “으차!” 기합 소리와 함께 소라가 잔뜩 든 망사리를 배에서 부둣가로 던졌다. 들어보니 20㎏은 나갈 만했다. “에구, 기운 내야지”라며 물질 전 카페인 음료를 들이켜고 우황청심환을 꼭꼭 씹었던 김문연(70)·임누미(74) 어머니 등 다른 해녀들도 툭툭 무거운 망사리를 던졌다. 괴력(怪力). 허리를 고부리고 팔자로 걷던 이들이 정말 ‘이상하도록 놀라운 힘’을 냈다.

해녀도 줄어들고 고령화 추세입니다.
“부산도, 제주도 매한가지야. 그래도 기장은 아직 많지. 101층 해운대 엘시티 밑에서 해녀가 물질한다는 얘기가 뉴스로 나오더라고. 희한한 일이겠지. 동시에 그곳 해녀가 드물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기장에 해녀학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면서요.
“늦은 감이 있지. 제주는 진즉(2008년)에 만들어 두 개나 되잖아. 부산은 출항해녀들이 가장 많은 곳인데. 우리는 나이를 먹고 3세대는 들어오질 않고. 예순넷 정정순이가 우리 막둥이야. 테왁 만들기부터 고무 잠수복 입는 법까지 가르쳐야지. 해녀 문화뿐 아니라 물질까지 전수할 생각이야. 이 납 한번 들어봐. 허리에 차는 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아. 쉬운 게 없어”

납 벨트를 들자 몸이 기울었다. 10㎏은 나갈 것 같았다. “빠지자, 빠지자.” 정안선(74) 어머니가 유쾌하게 외치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모두 70대다. 올해 6월 기준 부산의 신고 해녀 646명 중 70세 이상이 504명으로 73%나 된다. 제주 해녀도 고령화다. 2022년 기준 70세 이상 해녀(2090명)가 전체(3226명)의 65%다. 게다가 해녀 수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1년 새 제주는 211명, 부산은 68명이 줄었다. 특히 개발이 급격히 이뤄진 부산 영도와 해운대의 해녀는 10년 새 각각 33%(168→56명), 38%(93→35명) 수준으로 줄었다.

기장이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개발 붐인데요.
“롯데월드가 생겼고 일광신도시를 만들어. (연화리 오랑대 근처를 가리키며) 저길 봐. 엄청나게 큰 리조트를 짓고 있잖아. 아직은 여기 물질하는 바다는 괜찮아. 그런데 가까운 쪽은 뿌옇게 됐어. 우리 후배 해녀, 후손들에게 물려줄 바다가 문제야. 저 너머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내뱉는 오염수를 50여 년간 마시고 있는데, 이번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야. 일본 영사관 앞에서 1인 시위도 했어. 해상풍력발전은 절대 반대야. 기둥에 전류가 흐르면 고기도 도망가고 바다 생태계가 망가져. 제주도에 가보니 해상풍력발전 시설 주변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후회하는 거 같더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저 윗사람들이란 분들이 직접 봐줬으면 좋겠어. 바다를 내놔서는 안 된다.”
신암마을 해녀들. 임누미 어머니(오른쪽)가 치약으로 수경을 닦고 있다. 송봉근 기자

신암마을 해녀들. 임누미 어머니(오른쪽)가 치약으로 수경을 닦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해녀를 바다의 미화원이라고도 합니다.
“해녀들이 오리발로 해초에 쌓인 먼지를 떨어내. 해녀들이 간 자리와 안 간 자리는 달라. 생태계 교란하는 불가사리도 적당히 거둬들여. 뿌듯하고 좋지.”

제주에서는 해녀학교가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30대, 40대 해녀가 소폭 늘었다. 졸업자 중 해녀를 생업으로 삼는 비율은 30% 안팎이다. 기대 이상, 기대 이하라는 판단이 갈릴 수 있는 수치다.

정자 어머니는 “해녀학교를 졸업하고 상군(물질 잘하는 해녀)이 되려면 몇 년은 걸릴 텐데, 정착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기장 신암마을에는 해녀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부산 기장군 연화리 신암마을 어민복지회관에는 관광객들이 해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보드에 해녀들의 장비와 수확물 테왁을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부산 기장군 연화리 신암마을 어민복지회관에는 관광객들이 해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보드에 해녀들의 장비와 수확물 테왁을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지난해 부산시는 해녀 지원 사업비로 1억1500만원을 썼는데, 해녀 복지정책인 ‘잠수병 치료지원비’와 문화 계승 지원책인 ‘해녀문화체험 교육비’에는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해녀 1인당 의료비를 최대 30만원 정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착지원금 예산은 정해진 바 없다. 제주도는 신규 해녀에게 월 50만원 이내로 정착지원금을 지원한다. 지난해 제주도 해녀 복지·소득, 작업환경 개선 등에 쓰인 예산은 부산의 220배가 넘는 256억원이다.

어머니들이 교육도 받고 출장도 갔다.
“안전교육 80시간을 이수했다. 우리 신암마을 어촌계와 제주 법환좀녀마을 해녀학교랑 자매결연을 하였어. 우리가 가서 해녀학교 노하우를 배워.”
제주에서도 물질하고 해산물을 따나요.
“에이, 그러면 못써(옳지 않아). 그 뭐냐. 조폭들이 쓰는 구역 말….”
나와바리(繩張)요?
“응. 해녀들도 그게 정해져 있어. 예를 들어 우리 신암마을과 이웃한 대변마을·서암마을이랑 눈으로 보이지 않는 바닷속 경계선이 있어. 보통 물 밑에 돌을 보고 여기가 어디라는 걸 파악해. 어촌계마다 그걸 정해서 영역을 넘어 물질하지 않아. 그게 이 세계의 룰이야.”
부산 기장군 연화리 서암마을 앞바다에서 한 해녀가 물질 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테왁에는 칼과 호미 등 물질 장비뿐만 아니라 물병과 간식도 단다. 김홍준 기자

부산 기장군 연화리 서암마을 앞바다에서 한 해녀가 물질 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테왁에는 칼과 호미 등 물질 장비뿐만 아니라 물병과 간식도 단다. 김홍준 기자

제주선 해녀학교 인기, 30~40대 늘어

“휘이어힛~!” 숨비소리가 다시 울렸다. 해녀들은 숨비로 몸 안의 누적된 공기와 밖의 신선한 공기를 교환한다. 물속의 압력과 바깥의 압력을 맞추는 압력평형(이퀄라이징) 작업이기도 하다.

해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직 여성 다이버라고도 부른다. 지난 9월 프리다이빙(무호흡 잠수) 월드챔피언십에서 바다 103m까지 내려가 우승한 김정아 선수가 거들었다. “생업으로 잠수하는 해녀와 스포츠로 잠수하는 저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렵지만, 정신적인 집중, 신체적인 이완을 위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신체적 이완이 됐을 때 심박수가 떨어지면서 산소 소비도 덜하게 되죠. 해녀 분들의 숨비도 그런 과학적인 노하우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자 어머니는 “아직도 호흡이 좋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받은 가장 큰 가르침은요.
“인간 됨됨이. 그리고 욕심내지 말자는. 욕심내면 물속에서 못 나올 수도 있으니까. 우리 어머니를 비롯한 1세대 출항해녀들의 유산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물질하면서 잘 살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보존해야지. 해녀 문화가 이어지게 해야지.”
부산 기장군 연화리 신암마을 앞 바다에서 한 해녀가 물질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기장군 연화리 신암마을 앞 바다에서 한 해녀가 물질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기장 1세대 출항해녀 6명의 삶을 다룬 『나는 해녀다』를 낸 김여나 작가는 “1세대 분들은 은퇴하거나 돌아가셨고, 현재는 물질에 원숙해진 2세대 즉, 60대와 70대 해녀들의 전성기”라고 말했다. ‘정자의 전성시대’인가. 정자 어머니는 지난 8월 부산 해녀를 대표해 ‘한반도 해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부산권역 순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마지막 해녀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휘이어힛~!” 다시 숨비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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