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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회복, 내수는 둔화…제조업 국내공급 4개 분기 연속 감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분기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1년 전보다 4.1%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쪼그라들었던 때 이후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제조업 국내공급, 3년 만 최대 폭 감소

10일 통계청 제조업 공급동향에 따르면 3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은 2020년 2분기(-5.5%)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3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2018년 이후 5년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 출하됐거나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제조업 제품의 공급액을 지수화한 내수 지표다. 이 지수가 떨어진 건 한국 시장에 공급되는 제품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으로, 쉽게 말해 내수가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구체적으로 3분기 국산 제조업 공급은 1.6% 줄었고, 수입 제품 공급은 1년 전보다 9.2% 감소했다. 수입 감소 폭은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다.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제조업 분야에서 제품을 수입할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KDI “내수 증가세 둔화, 소비심리 위축”

업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 등 기타운송장비 공급만 증가했을 뿐 전자‧통신업, 기계장비, 식료품 공급은 모두 감소했다. 전방위적으로 제품 수요가 줄었다는 뜻이다. 3분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지난해 4분기 감소로 전환한 이후 감소 폭을 늘려가며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내수 침체 경고등은 민간소비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증가하긴 했으나 7월(-3.2%), 8월(-0.3%)로 감소세를 이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미미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소매판매는 7월(-1.7%), 8월(-4.7%), 9월(-1.9%)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1% 증가하면서 13개월 만에 전년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는 16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하면서 정부의 수출 ‘상저하고’ 전망이 현실화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올해 초엔 수출이 둔화한 상황에서 내수가 경기를 받쳐왔지만 이젠 정반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민간소비는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소비심리도 다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고금리에 지갑 닫았다

고물가에 이어 덮친 고금리 충격이 국내 소비를 위축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물가는 오른 상황에서 지갑은 얇아졌다. 여기에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게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1.2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1월 3.5%까지 가파르게 오른 뒤 10개월째 유지 중이다. 이 여파로 가계의 이자지출 증가율은 지난 2분기 42.4%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42.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가계 이자지출이 늘어나면서 처분가능소득은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초까진 고물가가 가계소비를 위축하는 영향이 컸다면 지금은 고금리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수출도 플러스 전환했다곤 하지만 회복세가 빠르진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내려가는 게 아니고선 내수가 회복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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